[경제] 삼성 반도체 4분기 영업익 3조 미만..."딥시크발 AI폰 경쟁 더 뜨거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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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8조828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고가의 인공지능(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과가 양사의 실적을 갈랐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이 300조8709억원, 영업이익은 32조72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6.2%, 398.3% 증가했다.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302조2314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반도체(DS) 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은 111조1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를 넘었다.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3조원↓·스마트폰 판매도 부진
하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기대 이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5조7900억원, 영업이익은 6조4900억원이다. 증권가에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10조원에서 7조원대로 하향 조정했음에도 그에 못 미쳤다.
특히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인 3조원대를 하회했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고부가가치 상품인 HBM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도 블룸버그통신이 “삼성전자의 8단 HBM3E가 엔비디아에 납품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삼성전자는 “확인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12단 HBM3E가 들어가고 8단 HBM3E는 중국 수출용 GPU에 들어가는데, 중국 수출용에 삼성전자가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회사는 “일부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을 1분기 말부터 양산 공급할 예정이며, 가시적인 공급 증가는 2분기에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본격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는 “다수의 GPU 공급사와 데이터센터 고객으로 HBM3E 공급을 확대했고, HBM3E 매출이 (직전 세대 제품인) HBM3 매출을 넘어섰다”라면서 “지난 4분기 전체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9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최근 저비용 AI 모델을 공개해 미국 빅테크에 충격을 안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발 영향에 대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NW(네트워크) 사업부의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2% 감소한 2조1000억원에 그쳤다. 모바일 신제품 출시가 없는 계절적 비수기에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글로벌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 갤럭시 S24 시리즈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면서 플래그십 제품 매출은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2% 하락한 5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中 판매 부진에도 4분기 깜짝 실적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라이벌 애플도 30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애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1243억 달러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1241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중국 매출이 11% 급감했음에도 전체 아이폰 매출(691억4000만 달러)의 감소 폭을 1%로 줄여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주당순이익(EPS)은 2.40달러로 전망치인 2.35달러를 상회했다. 맥(Mac)과 아이패드(iPad), 서비스(앱스토어·애플 뮤직 등) 부문 매출이 기대치를 웃돈 영향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인공지능(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 등)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AI폰 시장 선점 경쟁…딥시크 변수
양사는 올해 AI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는 일부 영어권 국가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일본어 등 추가 언어를 지원한다. 오는 9월엔 AI 기능이 대폭 강화된 아이폰 17 시리즈를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트 부문에서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AI폰 경쟁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기업보다 저비용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AI 모델 R1이 기존 AI 산업의 투자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면서, AI 후발주자들이 수혜를 입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AI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애플은 딥시크 충격 당일(27일) 주가가 3% 상승하며 나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딥시크가 AI 추론 비용을 낮춰 더 나은 모델을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한다면 단말기에 AI를 탑재하는 ‘엣지 AI(온 디바이스 AI)’ 기능을 지원하는 애플은 장기적으로 AI 혜택을 받는 주요 종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고성능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면 고사양 HBM에서 밀리는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폰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질 수 있기에 전략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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