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탄핵발 고물가? 朴때도 줄인상…"혼란 틈타" "억누른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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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전후해 식음료품 가격 인상이 줄 잇고 있다. 최근 치솟은 원·달러 환율 영향에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 등 비용 상승 요인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식품업계서는 고환율 기조가 올 한해 이어지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이날부터 컵밥 7종류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12.5%(600원) 올린다. 이에 따라 김치참치덮밥, 오뚜기카레, 차돌강된장보리밥, 참기름김치볶음밥, 참치마요덮밥, 치킨마요덮밥, 톡톡김치알밥 등의 가격이 4800원에서 5400원으로 조정된다. 편의점에서 파는 팩 형태 육수인 옛날 사골곰탕(500g) 제품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20%(500원) 오른다. 오뚜기 관계자는 “컵밥의 경우 취식 시 국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간편국 블럭을 추가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라며 “사골곰탕은 원부자재 원가 인상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설 직전까지 오리온·해태(과자), 동서식품(커피), 농심(생수), 동아오츠카(음료), 대상(소스) 등의 식음료 업체들이 적게는 10% 안으로, 많게는 20% 가량 가격을 올렸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서도 스타벅스와 폴바셋·할리스커피 등 커피 전문점이 200~400원, 버거킹·맘스터치 등 햄버거 브랜드가 100~300원 등 주요 제품 값을 인상했다.
업체들은 비용 상승 요인으로 환율 상승과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 등을 꼽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커피 원두를 30개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지난 한해 계속 올랐다”라며 “환율도 많이 올랐는데 커피 구입 대금을 달러로 지급해 원가 부담이 이중으로 가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초콜릿과 과자 등에 많이 쓰이는 코코아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공정 효율화와 통합구매 등 원가 절감 노력을 해오며 버텼지만 카카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 팔면 손해가 나는 일부 제품 위주로 인상을 결정했다”라며 “인상률이 너무 높은 건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앞서 억눌러왔던 가격 인상이 국정 공백 혼란기와 맞물려 잇따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7년 식음료 업계가 줄줄이 가격 올리면서 식품류 물가가 평년 상승 폭의 두 배인 7.5%가량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데자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과 관련없이 고환율과 원자재 구매비 상승 등 외부 압박 요인이 이어지면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정부가 식음료 업체를 찾아 가격 안정을 당부한 데 따라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이를 자제했던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신년에는 종종 소폭의 가격 변동이 있기는 하다”라면서도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 분위기가 강조돼 그때 올렸어야 했는데 못 올린 부분을 뒤늦게 조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오리온의 경우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라고 했다가 지난해 11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값을 올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인상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정”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누르면, 일시적 진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못 올린 가격을 반영해 가격이 튀어 오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금 같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향후 추가 인상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통상 식음료 업체는 짧게는 3~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원자재를 비축했다 쓰는데 원화가치 하락 시기에 구매한 원자재를 생산에 투입할 땐 제품 원가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밀가루·설탕 등 대부분 원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올 한해 고환율이 계속되면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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