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관·장군 진술과 다 달랐다…흔들리는 尹 정당계엄 논리

본문

17383583947685.jpg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국무위원들과 계엄 실행 핵심 장군들의 진술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법정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끝난 것”이라며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을 요약하면 ①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고, ②경고성 목적의 계엄이며 ③국회 장악이 아닌 질서유지 목적이었을 뿐이고 ④본회의장 점거 및 정치인 체포 지시한 적 없다 등이다.

이런 주장을 통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위헌·위법이 아니며,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던 만큼 ‘목적범’인 내란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이 소집했던 국무위원들과 계엄군을 지휘한 주요 군 사령관들은 수사기관에 이에 반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모들 “비상계엄 만류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경찰의 12·3 계엄 관련 국무위원 조사 내용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지난달 3일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계획을 전해 듣고선 이를 몇 차례 반대했다.

17383583949179.jpg

지난해 7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 전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 총리는 지난달 경찰조사에서 “경제적으로 그렇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상계엄을 만류했다”고 진술했다. 최 대행 역시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비상계엄을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말렸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또 최 대행은 야당이 추진한 예산 삭감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국민적 소요사태가 발생될 우려가 있느냐는 수사팀 질문에 “어느 정도 사법질서 등에 영향은 있겠지만 전시나 준전시 상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경찰력으로는 치안유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전시나 사변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며 “같이 국정을 운영하는 참모들조차 비상계엄을 만류했다는 건 향후 재판에서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는 정황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한 총리와 최 대행은 윤 대통령이 계엄 의무절차인 국무회의 심의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총리는 “대통령님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고, 최 대행은 “국무회의가 시작하고 끝날 때 의사봉을 두드리는 절차가 없었고, 아직도 그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는 계엄의 위헌성을 다투는 탄핵심판에서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17383583950611.jpg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헌법재판소 제공)

“계엄 쪽지 6~7장 준비”… "경고성 계엄" 맞나  

윤 대통령 혹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작성했다는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전 국방장관도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쪽지를 건네받은 사람이 기재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조태열), 경찰청장(조지호), 국무총리(한덕수),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국가정보원장(조태용)도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6~7장 준비했다”며 “비상계엄을 주도하는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협조가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이 실제 실행 목적이 아닌 단순 경고성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배척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383583952028.jpg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의 사본이라며 지난 20일 MBC가 공개한 문서. 사진 MBC 캡처

국회의사당 내 군 병력 투입을 두고도 윤 대통령 측은 “질서 유지 차원” “본회의장 점거나 국회의원 체포 지시한 적 없다”고 변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군 병력을 통솔했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나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은 국조특위, 형사재판 등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의원들을 끌어내라’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사당 내 계엄군 투입은 그 자체로 국헌문란의 핵심 증거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헌재 5차 변론기일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그리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만큼, 윤 대통령 내란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도 헌재 변론기일에 나올 주요 증언들을 주시하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97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