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났다!" 승객들이 열차 비상구 열었다가 참사,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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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밤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승객과 승무원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
그러나 대피 과정에서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없이 비상구를 임의로 열었다는 목격담이 나오는 등 명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기내 화재라는 혼란 속에 자칫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1일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변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섣불리 비상구를 개방할 경우 ▶엔진이 가동 중이라면 승객이 빨려 들어갈 수 있고 ▶탈출용 슬라이드가 안 펴지거나 손상돼 오히려 대피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또 ▶슬라이드가 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승객들이 몰리면 앞사람이 떠밀려 3층 높이에서 추락할 수 있고 ▶외부 공기의 갑작스러운 유입으로 불을 더 키울 위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승무원의 지시 없이는 승객이 비상구를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 승무원들은 정기적으로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국토교통부도 화재사고 당시 비상구를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열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위급상황에서 출입문을 함부로 열어선 안 되는 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타는 철도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은 물론 KTX, ITX-새마을 등 각종 열차에는 화재 같은 비상상황 때 대피가 용이하도록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기관사나 승무원 지시 없이 승객이 함부로 출입문을 여는 건 금물이다. 특히 운행 중 여러 이유로 인해 선로에 멈춰선 경우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섣불리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고, 선로 변에 내렸다가는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로 인해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인도의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행 중이던 열차에서 “불이 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퍼지자 놀란 일부 승객들이 비상제동장치를 작동시켜 열차를 세우고는 양쪽의 문으로 뛰어내렸다. 이때 열차의 오른쪽 선로에는 반대방향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고, 10여명이 치여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인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며 “사고나 고장으로 선로 중간에 멈춰선 경우 기관사와 승무원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만 안전하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화재 당시 기내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은 경위도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승객들은 화재 발생과 비상탈출에 대한 기내방송이 없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에어부산 측은 “별도의 안내방송을 할 시간적 여력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기내 화재 시 생존 골든타임인 ‘90초’ 안에 비상탈출을 시키는 데 있어 안내방송이 필수적인 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사태가 급박할수록 승객들에게 상황을 빨리 알리고, 승무원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따라달라는 안내방송이 비상대피에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당시 상당수 승객이 상황을 제대로 몰라 혼란스러워한 데다 일부 승객은 짐을 챙기느라 통로를 막는 모습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짧게라도 화재를 알리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탈출하라는 방송을 했다면 혼란이 덜했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민규 한라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 교수는 “항공 못지않게 철도에서도 안내방송의 부재로 인한 승객 혼란 문제가 자주 대두한다”며 “유사시 승객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자동안내방송시스템 도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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