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마가 3·4층 삼킨 한글박물관 "유물 8만9천점 모두 이동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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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화마에 휩싸였던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이 화재 복구 기간에 소장 유물 전체를 다른 기관 수장고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립한글박물관 강정원 관장은 2일 기자와 통화에서 “3·4층이 화재 피해를 입어 사고 원인 감식과 구조 안전진단 등 후속조치를 할 동안 1층 수장고의 유물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옮기기로 하고 세부 계획을 검토·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글 문헌자료 위주의 소장품 약 8만9000점이 전부 이동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중앙박물관 측 관계자도 이날 “우리 쪽 지류(종이류) 수장고 현황을 따져보며 수용 규모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글박물관이 임차해 사용 중인 국립민속박물관(경복궁 내) 수장고로도 일부 유물이 옮겨갈 수 있다.
전날 오전 8시 40분쯤 한글박물관에서 큰불이 번져 약 6시간 42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는 건물(지하 1층~지상 4층)의 3층과 4층 사이 철제계단 절단 작업 중에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지난해 10월 14일부터 교육공간 조성 및 증축 공사로 인해 휴관 중이라 이날 관람객은 없었다.
소방당국은 장비 76대와 인력 262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공사자재에 가로막혀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기획전시실이 있는 3층을 태운 불길은 4층 옥상까지 번졌다. 사고현장에 달려나온 강 관장 등 직원들은 소방당국에 “수장고가 있는 1층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게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뒤 오전 10시쯤 중요 유물만 우선 옮기기로 결정했다.
‘월인석보 권9, 10’과 ‘정조 한글어찰첩’, ‘청구영언’ 등 보물 9건을 포함한 국가 지정문화재급 26건(257점)이 대상이었다. 김희수 전시과장 등 박물관 직원들이 소방대원과 함께 수장고로 들어가 유물 상자를 빼내 인근 중앙박물관 수장고로 대피시켰다.
안승섭 기획운영과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수장고가 이중삼중의 방화철문으로 돼있고, 화재 감지 시 하론가스(화재진압용 소화약재)가 자동분사되지만 그 경우엔 산소가 차단돼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화재가 1층에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침 윗층 불길이 소강상태라 2차 화재 상황 회의 때 핵심 유물 이송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불길은 오후 12시31분쯤 사실상 진압됐고 이후 잔불 처리까지 완료된 건 오후 3시 22분쯤이다.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낙하사고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4년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0년을 맞아 1층 개보수 및 4층 공간 증축을 마치고 오는 10월 재개관할 예정이었다. 공사로 인해 모든 소장품은 수장고로 옮겨진 상태였다. 박물관 측은 “화재로 직접 피해를 입은 건 3층 일부이지만, 진압 과정에서 2층 상설전시실까지 진열장·기자재·도록 등이 물에 젖고 못 쓰게 돼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현재 1층 수장고 유물은 물샘 방지를 위해 추가적으로 보호막을 덧댄 상태다. 박물관 측은 조만간 소방당국과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고 당일 오전 현장에 도착해 진압 상황과 피해 현황 등을 확인한 뒤 사과의 뜻을 밝히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강 관장도 “경찰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을 자세히 밝히는 한편 안전대책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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