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5대 은행 ‘떼인 돈’ 2년 새 3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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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제때 갚지 못 하는 이들이 늘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털어낸 부실채권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이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실상 떼인 돈인데, 2년 전과 비교해 그 규모가 3배 넘게 불어났다.
5대 은행, 7조1019억원 떼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지난해 7조1019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부실채권 전문 회사에 헐값에 팔거나(매각)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는(상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2022년(2조3013억원), 2023년(5조4544억원)에서 지난해까지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는 전년도보다 30.2% 늘었고, 2022년과 비교하면 3.1배 수준이다. 그만큼 빌린 돈을 갚지 못 하는 대출자가 많아지면서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로 이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때 늘어난 대출의 만기 연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커졌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출 채권을 상‧매각할 경우 은행 손실로는 잡히지만, 연체율에선 제외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 5대 은행에서 부실채권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0.31%로, 전월(0.38%)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커지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
은행권은 역대 최고 수준의 이자수익을 기록하고 있어 상‧매각 규모가 늘더라도 당장 경영상 타격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출 연체로 인한 상‧매각 규모가 계속 불어날 경우 은행 실적과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에서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까지 치솟았다. 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더 늘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과 내수경기 회복 지연으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체율 증가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는 데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가 느끼는 대출 이자 부담은 아직 높다”며 “연체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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