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위스키·주스 먹지 마라"…트럼프발 무역전쟁, 캐나다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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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공언해온 대로 1일(현지시간) 캐나다ㆍ멕시코(이상 25%)와 중국(10%)에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ㆍ멕시코가 즉각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놨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드라이브가 국제 무역질서를 뒤흔들면서 글로벌 통상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는 10%가 부과된다.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4일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것으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치명적 마약이 우리 국민을 죽이는 중대한 위협 때문에 취한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안전 보장은 대통령으로서 저의 의무”라고 했다.

이번에 부과되는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은 그간 멕시코ㆍ캐나다 두 국가에 대해서는 USMCA 협정(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3국 무역협정)에 따라 캐나다산ㆍ멕시코산 자동차에 각각 연간 260만대, 240만대까지 관세를 면제하는 등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관세를 물려 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관세에서 예외가 되는 품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보복관세 25%…미 주스 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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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1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해당국은 강력 반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30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나머지 1250억 캐나다달러 상당 제품에 대해서는 3주 내 발효될 예정이다. 트뤼도 총리는 자국민들에게 자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하며 “(미국) 켄터키 버번 대신 캐나다산 라이 위스키를 택하거나 (미국) 플로리다산 오렌지주스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이라고 예시했다.

멕시코 정부도 “맞고만 있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맞불 관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엑스(Xㆍ옛 트위터) 글을 통해 “멕시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부 장관에게 관세ㆍ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렸다. “멕시코 정부가 범죄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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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멕시코도 “보복관세”…中 “상응 조치”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히며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무역전쟁,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유로 든 펜타닐을 두고 “미국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관세 대상국들은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겠다는 태세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할 경우 미국이 관세율을 더 올리거나 범위를 확대하는 재보복 조항도 들어 있다. ‘관세→보복관세→재보복관세’로 이어지는 무역전쟁 악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방침도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등 품목별 일괄적 관세, 그리고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 등 동맹ㆍ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전선을 확대할 기세다.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반도체ㆍ철강ㆍ알루미늄ㆍ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수개월 내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석유ㆍ가스에 대해서는 이달 18일 전후로 부과할 것 같다”고 했다.

EU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EU)은 미국산 차도, 농산물도 받지 않는다. 우리는 EU에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EU에 대해 상당히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무역전쟁 확대의 출발점”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정책은 글로벌 통상전쟁 격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CNN은 “이번 관세 조치는 물가 상승, 공급망 훼손, 일자리 손실 등 전 세계 무역전쟁 확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란 지적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은 캐나다ㆍ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가 지속되면 2034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수는 1조2000억달러(약 1750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로 인한 가구당 간접세 부담이 연평균 830달러(약 121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최대 대미 무역흑자 한국, 관세폭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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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날 “시장 반응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아니다”며 “관세는 우리를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전쟁의 막이 오르며 국제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격랑 속에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무역적자 해소’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556억9000만달러(약 81조원)로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거둔 한국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집어 “반도체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반도체가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한국에 머지않아 관세폭탄이 떨어질 수 있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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