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역전쟁에 딥시크 쇼크까지…韓수출 '4중고' 비상등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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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수출 실적이 15개월 동안 이어오던 증가(전년 대비)를 멈추고 감소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른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24→20일)로 인한 단기적인 수치 감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를 무기로 한 보호무역 강화 ▶이에 따른 상대국의 보복 대응 ▶딥시크 충격 ▶고환율 장기화 등 ‘수출 4중고’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0.3%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2023년 10월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지난달 이런 흐름이 멈춘 것이다.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도 지난달 적자 전환(-18억9000만 달러)했다. 산업부는 “수출 동력이 꺾인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른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4일(24→20일)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4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7.7% 증가했다.
다만 정부의 설명에도 글로벌 통상환경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관세를 무기로 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철강·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관세 부과에 “동맹도 예외 없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지금까지 입장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20.8%(1419억2000만 달러)를 차지한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의 도발에 캐나다·멕시코는 보복관세를 예고했고,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시사했다. 세계은행(WB)은 트럼프 새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들이 이에 맞서 관세전쟁으로 치달을 경우엔 세계 경제성장률이 예상치(2.7%·1월 기준)에서 0.3%포인트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새 AI 모델의 여파로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0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1% 증가했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확대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서버에 사용되는 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고부가 메모리 없이도 성능을 인정받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의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제재를 크게 강화하면서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고환율이 지속하는 것도 문제다. 고환율은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고, 대금을 달러로 받으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어 수출 비중 큰 기업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 부담도 만만찮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최근 “정치 상황이나 외부 변수로 출렁이는 경우에는 원화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수출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실질 가치가 10% 하락하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4중고’에 정부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이달 중으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는 결국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적극적인 양자 간 협상 등을 통해 이를 줄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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