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의약품 관세 예고한 트럼프…“美 공장 지을까” 상황 살피는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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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싶다. 이를 위한 방법은 관세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생산설비 유치를 위해 의약품에도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집적 효과를 위해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공장을 증설해온 K바이오 기업들은 고민이 커졌다. 다만 관세 부과 품목이 필수의약품 중심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만성질환 치료제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관세 폭풍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산업 美로 되돌리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결정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반도체·철강·석유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의약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산업을 미국 내로 되돌리고 싶고 산업을 다시 국가로 가져오는 방법은 벽을 세우는 것, 즉 관세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제약, 의약품 등 모든 형태의 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부터 미국 내 약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른 국가에는 약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미국에는 부당하게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기 집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에서 거래되는 필수 의약품을 자국 생산품만 허용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제약제품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미국 가는 글로벌 기업들
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CDMO)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CDMO 1위 기업인 스위스 론자는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슈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12억 달러(약 1조7499억원)에 인수했다. 생산용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으로 평가 받는 공장(약 33만L)으로, 론자는 시설 정비를 위해 5억 스위스프랑(약 5억61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를 “미국 내 제조 역량을 확대해 현지 수주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짓고 있는 생산설비 현장에 약 12억 달러(약 1조7499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CDMO 시장 6위권인 스위스 지그프리트는 지난해 6월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큐리아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반면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신중한 모습이다. 준공 기간과 건설비, 인력 확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국내에 생산설비를 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상황 살피는 송도 바이오기업
국내 대표 CDMO 기업이자 글로벌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4월 인천 송도 5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6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세계 최초 항체 기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한 셀트리온도 인천 송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돼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품목은 이부프로펜 등의 해열제, 히드로코르티손 같은 스테로이드제 등 필수의약품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의약품은 장기 만성질환 치료제가 대다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공장 확충에 적극적인 기업들도 있다. 미국 시라큐스에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공장을 인수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곳에 항체약물접합체(ADC) CDMO 시설을 증축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도 미국 텍사스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생산설비를 갖춘 데 이어 두 번째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미국 정책에 대한 정보 수집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현지 생산설비 확충을 통해 갑작스러운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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