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반도체도 관세 부과하겠다, 그건 2월18일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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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칭했던 관세를 무기 삼아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1일(현지시각)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조만간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예고하면서 한국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한 내용을 설명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말할 수 없지만 좋은 미팅이었다”면서 “우리는 종국적으로(eventually)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석유와 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일은 곧 일어날 것이며 아마 2월 18일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WTO 회원국 간에는 어느 나라로 수출하더라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품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거스르고 미국에 들어오는 반도체에는 세금을 매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 가격 형성에서 고려되지 않는 세금이 적용되면 그만큼 칩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생겼다고 갑자기 반도체 가격을 그만큼 떨어뜨릴 수는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급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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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주요 칩 공급국인 대만에서도 ‘반도체 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경제지 과기신보에 따르면 중화경제연구소 리안셴밍 원장은 “2월 중순 반도체 산업에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하이엔드 공정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겠지만, 가격결정력이 낮은 레거시(성숙) 반도체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관세전쟁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초래하게 된다면 대만에게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직접 수출한 반도체는 106억달러(약 15조 4500억원) 상당이다. 순위로는 중국·홍콩·대만·베트남을 이어 5위이며 지난해 전체 반도체 수출액 1419억 달러를 두고 봤을 때는 7.5%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반도체 수출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이라 볼 순 없다. 다만 미국으로 직접 가지 않고 재가공 등을 이유로 타 국가를 우회하는 경우가 있기에 미국이 어느 범주까지 세금을 부과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수도 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최종적으로 엔비디아에 판매하는 것이지만 조립을 위해 TSMC가 있는 대만으로 먼저 수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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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 현장.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세금을 많이 내기 싫다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때 약속한 반도체법 보조금마저도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미국 내 공장 건설 압박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다. 대만 TSMC가 최근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려가는 점을 근거로 일부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제조사가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무어 인사이트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CIO 닷컴을 통해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TSMC가 일단 반발하겠지만 결국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공장 건설 진행이 지지부진한 한국 기업 역시 미국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세 정책에도 아시아에 제조가 쏠려있는 현재 반도체 공급망 재편하기는 어려우며 결국 피해는 미국 빅테크와 소비자들에게 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고 그 공장에서 반도체가 나오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리기에 트럼프가 생각하는 만큼의 리쇼어링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에 대체품이 충분하지 않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이루어지기보다는 계속적인 구매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 빅테크와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투자 활동이 줄고 궁극적으로 한국 반도체 수요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며 “다각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경색되는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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