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동짓달, 섣달, 동지섣달, 정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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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음력 1895년 11월 15일, 공식적으로 양력을 사용한다고 공포했다.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한다고 밝혔다. 고종은 양력 사용을 기념해 연호도 ‘건양(建陽)’이라고 했다. ‘양력(陽)을 세웠다(建)’는 뜻이다. 연호는 말 그대로 ‘연도의 호칭’인데, 왕이나 황제는 자리에 오른 뒤 자신만의 연호를 세상에 알렸다. 시간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종이 ‘양력을 세운’ 지 100년도 훨씬 지났다. 하지만 음력은 다 저물지 않았다. 음력으로 만든 질서와 시간, 거기에 붙은 말들이 다 지워지지 않았다. 양력이 기록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달력’에 적는다. ‘달력’은 달을 중심으로 만든 시간표이고 질서다. 태양력, 즉 양력을 쓰지만 ‘일력(日曆)’이라 하지 않고 여전히 ‘달력’이라고 한다. 밤하늘의 ‘달’이 합쳐진 말 ‘달력’이라고 부른다.
동짓달, 섣달, 동지섣달, 정월 같은 말들도 음력에서 나왔다. 음력 11월의 다른 이름인 ‘동짓달’은 밤이 가장 긴 날 ‘동지’가 들어 있어 이렇게 부른다. 새해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 때로 여겼다. ‘섣달’은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어원을 따지면 ‘설이 있는 달’이란 뜻이었다. 새해 첫 달을 뜻하던 말이다. 음력 12월을 새해 첫 달로 보던 시대가 있었다. ‘이틀’이 ‘이튿날’, ‘술가락’이 ‘숟가락’이 된 것처럼 ‘설달’이 되지 않고 ‘섣달’이 됐다.
‘동지섣달’은 ‘동짓달과 섣달’을 아울러 이르고, ‘정월’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 달을 가리킨다. 음력 새해가 밝았다. 모두의 바람, 꿈, 희망 그런 것들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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