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분고분한 나라부터 쐈다…엄포 대신 실탄, 트럼프 관세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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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엄포가 아니라 실제 선전 포고다. 첫 번 째 과녁은 캐나다·멕시코와 중국이다. 트럼프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인출기)'으로 지목한 한국을 겨누는 것도 시간문제다. 반도체·자동차·가전·2차전지 등 한국 주력 산업군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 조치는 4일부터 시행한다.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품목은 없다. 양국이 맞대응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복’ 조항도 포함됐다.
20일 재취임한 트럼프가 실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린 건 처음이다. ‘트럼프 1기’ 때는 엄포만 놓고 멕시코와 협의해 관세를 실제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빠르게, 진짜 실행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달러(226조365억원) 상당의 미국 상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총성 없는 관세 전쟁의 시작이다.
트럼프의 도발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먼저 동맹국(우방국)도 관세 앞에 예외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전통적인 경제·외교 우방국이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양국에 무차별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70년 넘은 혈맹(血盟)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한국은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아일랜드·대만·일본에 이은 8위다. 관세를 매길 명분이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공공연히 적으로 꼽는 중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상대부터 골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캐나다·멕시코는 미국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양국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 요구에 최대한 응하는 식으로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관세 전쟁의 최종 목표인 중국은 다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캐나다·멕시코를 관세 부과 1호로 꼽은 건 (향후 전개를 고려할 때) 두 나라처럼 미국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수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등장해 충격을 준 ‘딥시크’처럼 끝까지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 한국 등에 보란 듯이 던지는 경고장”이라고 분석했다.
일찌감치 비상 대응 체계에 들어간 한국 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삼성전자·LG전자·기아·포스코 등 다수 기업이 멕시코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데다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예고로 ‘겹악재’를 맞은 2차전지 업계의 경우 캐나다 관세에 주목한다. 멕시코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생산 거점'이라면, 캐나다는 2차전지 소재 등 '자원의 보고'다. 2차전지 업계가 캐나다에 다수 진출한 이유다.
미국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합작공장을 세운 LG에너지솔루션, GM과 합작사를 세워 퀘벡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현재 할 수 있는 대응이 투자 속도 조절 혹은 ‘관망’ 뿐이라는 점이 한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막 온타리오 공장 가동을 시작한 상황이라 멈출 수도 없다. 올해 투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이미 미국 납품 물량을 정한 만큼 캐나다와 미국 간 협의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가전 등 단독 공장을 세운 멕시코 상황과 달리) 합작한 미국 회사와 리스크를 나눠 짊어질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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