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질풍노도 청소년기 기쁨·불안·설렘·짜증 속 마음건강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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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이맘때 어린이·청소년들은 정든 학교를 졸업하고 새 학교에 가거나, 새로운 반에 적응할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설레고 기쁘기도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폭발하거나, 갑자기 억울해져 눈물이 나기도 하죠. 심지어 두통·복통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스트레스·불안 등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알고 어린이·청소년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섰습니다.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죠.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신체가 성장하며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등 신체적 발달부터 이에 따른 정서적·사회적 발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시시각각 변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 쉽죠.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강 관련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은 교육부와 공동으로 2005년부터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실시해왔어요. 매년 중1~고3 학생 약 6만 명이 참여해 식생활·신체활동·개인위생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흡연·음주·인터넷중독은 물론,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통해 건강행태 현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6~7월 실시한 제20차 조사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2024년 42.3%로, 22년 41.3%에서 23년 37.3%로 낮아졌던 것이 다시 높아졌죠. 1년 만에 5%p 오르며 2010년(43.8%)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여학생이 49.9%로 남학생 35.2%보다 높았고, 2023년(남 30.8%, 여 44.2%)에 비해 남녀 학생 모두 증가했어요. 이는 성인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2023 지역건강통계 보고서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5.7%였고, 최근 10년(2014~2023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봐도 28.3%(2015년)였는데요. 청소년의 경우 최근 10년(2015~2024년)간 가장 낮은 수치가 34.2%(2020년)나 되죠.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는 우울감 경험률은 2024년 27.7%로 여학생(32.5%)이 남학생(23.1%)보다 높았으며, 2023년(중앙값 26.0%, 남 21.4%, 여 30.9%)에 비해 증가했죠. 또 최근 12개월 동안 ‘자주’ 또는 ‘항상’ 외로움을 느낀 사람의 분율을 체크한 외로움 경험률은 2024년 18.8%로 여학생(23.6%)이 남학생(14.3%)보다 높았으며, 이 또한 2023년(중앙값 18.1%, 남 13.6%, 여 22.9%)에 비해 증가했어요.
중등도 이상(총 21점 중 10점 이상) 범불안장애 경험률도 2023년 12.6%에서 2024년 14.1%로 늘어나는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 지표가 대체로 지난해보다 악화한 가운데,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묻는 자살 생각률은 2023년 13.5%에서 2024년 12.7%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가다
이렇듯 국가적으로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을 조사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그만큼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은 물론 전 생애에 걸쳐 중요하지만, 특히 청소년기의 경우 그 불안정한 정서와 이에 따른 문제 행동을 간과하거나 방치했다가는 청소년기인 현재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미래까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죠. 이에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위해 나라에서는 청소년복지지원법을 토대로 청소년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 서울시를 대표하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상담센터)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아갔습니다.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앞둔 김수민·박건희·정하은 학생기자와 평소 심리·상담 등에 관심이 큰 조현하 학생기자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상담센터 문을 열자 김민정 교육연구팀장이 반갑게 맞이했죠.
“이곳은 서울시를 대표하는 청소년상담센터로 상담뿐 아니라 긴급구조, 자활 지원, 관련 교육과 연구 등을 수행합니다. 전문 상담사와 일대일로 대면상담을 진행하는 11개의 상담실과 놀이치료실, 일시보호소 ‘우리집’, 교육 및 활동실, 1399 전화상담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죠.” 김 팀장의 안내로 돌아본 상담실에는 몇몇 문에 ‘상담 중’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또래 친구일 수도 있는 청소년이 상담을 받고 있으니 조용히 둘러보세요.”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꾸며진 가운데 몇몇 상담실에는 인형 등 소품이 놓여있기도 했죠. 놀이치료실에는 각종 피규어와 인형, 장난감과 보드게임 등 다양한 물건들이 마련됐고요. “어린 친구들은 상담하러 왔을 때 낯을 가리거나 조개처럼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또 상담과 심리치료 등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죠. 그럴 때 놀이를 활용하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즐겁고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미미 교육연구팀 상담사와 함께 ‘생각·느낌·행동 대화게임’을 해봤어요. 주사위를 굴리고 생각·느낌·행동 카드를 뽑아 미션을 수행하며 서로가 조금 더 친근해진 것을 느꼈죠.
김 팀장은 “마침 비어있어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께 공개할 수 있게 됐다”며 일시보호소의 문을 열었죠. 가정폭력·학대·가출을 비롯한 각종 위기 상황에 노출된 청소년을 긴급구조해 보호하고 심신의 안정을 유도하며 의료 및 법률 지원, 귀가 지원, 보호시설 연계 등의 서비스를 통해 2차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시설이에요.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 온 것 같다”며 따스한 분위기로 꾸며진 거실 등을 이리저리 기웃댄 수민·건희·하은·현하 학생기자는 “그래도 지금 아무도 없어 다행”이라며 문을 닫고 나왔어요.
“일시보호소는 24시간 365일 내내 운영해요. 센터에는 이와 함께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하나 더 있죠. 여러분도 들어봤을 수 있는데, 청소년전화 1388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과 보호자의 문제해결을 위해 전화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죠. 또 다른 전화상담으로는 117 학교폭력신고센터가 있고요. 상담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사이버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어 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유혜진 소장을 만났어요. 소장실 한쪽 벽 책장을 유심히 살핀 건희 학생기자가 “상담센터에서도 상장 같은 걸 주나요” 묻자 유 소장은 “저게 좀 상장처럼 보이긴 하는데, 상은 아니에요”라고 했죠. “우리 센터가 서울지역 각 자치구에 있는 25곳 상담센터의 허브역할을 담당하며 상담·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도자 교육·연수 등을 하다 보니 관련 MOU 등을 체결하며 나눈 문서들이에요. 사실 상은 우리 센터가 받긴 했죠. 2022년과 2023년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종합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답니다.”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풀리자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오며 인터뷰가 시작됐어요. 현하 학생기자가 “평소 말하다 보면 ‘스트레스받는다’는 표현을 쓰게 되는데 스트레스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잘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했죠. 유 소장이 “평소에 어떨 때 스트레스를 받나요” 되묻자 “시험 때요” “공부가 잘 안될 때요” “친구가 나쁜 말을 할 때요” 등 다양한 예시가 쏟아졌죠.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불안·우울
“맞아요. 보통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안정을 시키기 위해, 어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반응으로 스트레스가 나타나요. 그래서 반장이 되거나 하는 좋은 일에도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하죠.” 유 소장의 말에 건희 학생기자가 “반장이 되면 애들이 구박할까 봐 걱정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요”라고 예를 들자 하은 학생기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요”라고 덧붙였죠.
“이런 스트레스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기도 해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선생님 말씀도 잘 안 들리고, 집중이 잘 안 되고, 잠도 잘 안 오고, 밥도 잘 못 먹고, 여드름이나 탈모가 생기기도 해요.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죠. 학생기자 여러분은 시험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나요.”
“그냥 받아들여야죠”라고 말한 건희 학생기자에 이어 현하 학생기자가 “종종 간식을 먹어요”라고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받아들이는 쪽으로 빠르게 마음을 바꿔 스트레스를 관리·적응하는 부분이에요. 간식도 그렇고 잠시 책상 앞을 벗어나 운동하러 나가서 뛰고 오는 것도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방법의 하나죠. 일관된 식사 습관이나 운동 루틴 등을 갖추는 식으로 습관화하는 게 자기만의 마음 관리법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찾아보니 청소년 스트레스 인지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성인보다 높다고 해요. 청소년이 더 스트레스에 취약한 걸까요. 청소년의 정신과 성인의 정신은 어떻게 다른가요.” 수민 학생기자의 질문에 유 소장은 “통계는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 실제 여러분은 어떤지” 말해달라고 했죠. 건희 학생기자가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근데 부모님이나 어른들 말을 듣다 보면 우리들 스트레스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라고 답했어요.
“스트레스 인지율은 내가 최근 느낀 것에 대한 주관적인 부분이 커요. 남들이 ‘그게 뭐가 스트레스야’ 하는 것처럼 남과 비교하면 약한 것 같은데 내게는 크게 다가올 수 있는 거죠. 친구랑 사진을 찍는데 예쁘게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상황도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특히 청소년기인 여러분은 감정 조절 영역이 발달하는 중이고, 그런 부분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등으로 인해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사실 정신이나 마음 자체는 어른과 청소년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시험 같은 외부 자극에 대해 지금 어른인 저와 학생기자 여러분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내용이 다를 수는 있지만요. 최근 스트레스 인지율 통계를 보면 약간 들쭉날쭉하다 2024년이 좀 높게 나왔는데요. 2023년 5월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이 사실상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전염병)으로 전환되고 방역조치가 대부분 해제된 이후 각자가 바빠지며 교류가 적어지고 친구 등 관계의 어려움이 불거지며 밤에 몰래 카카오톡 같은 SNS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몰두하면서 생활습관 변화가 커지고 이런 상황이 다 스트레스로 이어진 영향이 아닐까 해요.”
설명을 듣던 건희 학생기자가 “우울한 기분이 병이 될 수 있다고 하던데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 병은 뭐가 다른가요” 묻자 하은 학생기자도 “최근 한국 청소년의 소아우울증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왜 이런 상황이 생긴 건지 궁금해했죠. “예를 들어 우리 집 반려동물이 죽었어요. 당연히 우울한 기분이 생기겠죠. 한동안 밥도 먹기 싫고 친구도 만나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럴 거예요. 보통은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분을 잘 갈무리하게 되는데, 이게 너무 오래 가는 경우 병이 될 수 있죠. 그럼 상담이나 정신적 치료, 투약 등의 조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관계가 정말 중요하다 보니 여기서 오는 어려움이 우울증에 큰 영향을 주고요. 부모님과의 관계나 경제적 상황, 가족 건강 등도 영향력이 크죠. 성적 같은 경우 안 좋아도 문젠데 좋아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성적이 높다고 친구들이 재수 없다며 흉을 보거나 하는 것에 스트레스받고 속상하고 우울해지는 거죠. 이런 걸 마음속에 계속 담고 반추하면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어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식으로 흘려버리면 우울함도 사라집니다. 그렇게 자기 안에 심각하게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죠.”
“어떤 기사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외로움은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하루 담배 15개비 태우는 수준의 해로움이라고 하던데, 외로움 같은 감정도 상담으로 좋아질 수 있나요. 또 이제 곧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는데 이 시기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도 부탁드려요.” 하은 학생기자의 말에 유 소장은 미소를 지었죠. “물론입니다. 겉보기엔 명랑한 친구도 내면으로는 쓸쓸할 수 있죠. 외로움 등 많은 것들이 상담으로 드러날 수 있어 상담 효과도 꽤 좋을 수 있어요. 흔히 말하는 새학기 증후군도 학교·학년 등 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거예요. 특히 생각이 많아지고 긴장이 높아지면 수면의 질이 안 좋아지는데, 그럼 학교생활에 더 악영향을 주게 되니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가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자는 식으로 최소한으로 하나씩 해나가는 게 좋아요.”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의 효과
현하 학생기자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다고 다 상담받진 않을 거 같은데 어떤 경우 고민 상담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어떨 때 상담을 신청하면 되는지, 또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를 들어달라고 했죠. “흔히 ‘이게 상담 거리가 맞나’ ‘혼자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뭔가 큰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는 게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해 받는 거라고 생각해 보세요. 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거나, 계속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거나, 친구의 어떤 말 한마디가 계속 맴돌거나 한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거죠. 성적을 빌미로 상담을 했는데, 알고 보니 친구 관계로 인한 문제였던 적도 있습니다. 상담은 지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듯 진행되는데, 문제를 캐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을 얘기하며 풀어나가는 거예요. 생각보다 가볍게 끝날 수도 있고, 상담 횟수가 늘어 길어질 수도 있죠.”
수민 학생기자는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을 회복한 사례가 많은지” 궁금해하며 전문 상담사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달라고 청했죠. “우리 상담센터 선생님들이 다 자격증도 갖추고 오래 일한 상담 전문가신데요. 전문 상담사가 하는 일도 앞서 말한 방식으로 진행돼요. 어떻게 해야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잘 얘기할 수 있을지,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죠. 만약 문제의 강도가 100이라면 이걸 0으로 만들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이야기를 하면서 30~40 정도가 되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면 그 정도로 낮추기 위해 같이 노력하게 되죠. 효과성은 좋다고 볼 수 있고, 상담받는 사람들이 편안해지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많이 힘들고 밥도 안 먹고 학교도 안 가려고 하는 친구들이 좀 더 관심과 대화가 필요한데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얘기하는 게 힘들 수 있지만 용기를 낸다면 차차 자신감이 생기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건희 학생기자는 “최근 1~2년 상담 중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무엇인지” 물으며 “소장님은 어떻게 청소년 상담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는지” 질문했죠. “서울 지역 상담센터 현황을 보면 우울하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친구 갈등, 부모님과의 갈등 등이 원인으로 많이 지목됐죠. 제 경우 고등학교 때 진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내게 특별한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웠죠. 그러다 우연히 제가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찾아보다 상담이라는 영역을 알게 됐어요. 해볼 만하다 싶어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죠.”
“청소년 상담사가 되려면 어떤 절차나 공부가 필요한지, 또 직업의 장단점은 뭔지 궁금해요.” 현하 학생기자의 말에 유 소장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답했죠. “상담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온 사람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알아들어야 해요. 이게 참 어렵죠. 이를 위해 대학교·대학원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수련도 받고, 선배 상담사들에게 슈퍼비전이라는 교육도 받고 하면 상담사가 될 수 있어요. 단점은 배움의 기간이 길다는 거고, 장점은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다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은 학생기자는 “청소년 상담의 중요성을 꼽아주세요”라고 청했죠. “상담자로서 마음에 관심이 많은데요. 지금 여러분도 자기 마음이 시켜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함께 나누며 자기 인생을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영향을 주는 일이랍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수민 학생기자의 말에 유 소장은 “그런 친구들이 365일 24시간 내내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라고 강조했죠. “그러니 그 친구가 혼자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위로가 될 수 있어요.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한다는 게 아니고, ‘아유, 힘들겠다’ ‘힘들어서 어떡하니’ 하고 알아주고 옆에 머물러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편해지고,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건희 학생기자가 “친구 관계, 성적, 사회 부적응 등 여러 가지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드리자 수민 학생기자도 “청소년들이 평소 정신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 쉽게 실천할 만한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였죠. “앞서 말했듯 우리 센터를 비롯한 상담 선생님들, 또 여러분 주위 사람들이 여러분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정신건강을 지키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이런 기본을 잘 지키는 거죠. 쉬워 보이지만 사실 쉽지 않아요. 또 힘들고 문제가 있을 때만 상담을 받는 건 아니에요. 나에 대해 알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이럴 때 상담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 진로에도 고민이 많을 텐데, 진로검사도 자기를 이해하는 게 기본이에요. 성격·흥미 등 나를 알고 내 것으로 소화해 보세요. 내 감정을 알고 조절하고, 내 강점을 알고 발전시키며,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스트레스 등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마음의 힘이 세지죠. 청소년기본법상 우리 센터는 만 9~24세까지 이용할 수 있고, 공공기관이라 비용도 저렴해요. 여러분과 여러분 보호자도 상담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동행취재=김수민(서울 숭의초 6)·박건희(서울 고덕초 6)·정하은(서울 당현초 6)·조현하(서울 성내초 5)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가서 처음으로 상담과 정신건강에 관해 자세히 알아본 이번 취재는 저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요즘 많은 또래 친구들이 학업과 가족,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친구가 있으면 함께 대화하고, ‘나는 항상 너의 곁에 있다’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스트레스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제가 왜,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는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어요. 마냥 멀고 어렵게 느껴졌던 정신상담이 게임·장난감 등을 활용하고 선생님과 진심 어린 대화로 진행한다는 설명에 차갑고 어려운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죠. 이제 3월이면 중학생이 돼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텐데, 긍정적인 생각과 힘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소중 독자 여러분도 힘들거나 지칠 때, 그리고 대화가 필요할 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받아 보면 어떨까요.
-김수민(서울 숭의초 6) 학생기자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취재를 간다고 했을 때 저도 모르게 기분이 편안해졌어요. 취재를 가기 전에는 상담센터라고 해서 상담실과 같은 곳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일시보호소를 비롯해 보드게임과 같은 재미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방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서 놀랐어요. 또 심리센터 선생님께서 잠깐 상담을 해주셨는데 그동안 제가 가졌던 친구 관계의 갈등, 가족과의 갈등 등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24시간 운영되는 1388전화까지 취재하고 나니 앞으로 힘든 일들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건희(서울 고덕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 주제는 청소년 정신건강과 상담이었는데요. 저는 직접 상담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상담을 받으며 마음 걱정이 덜어지고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해소되는 것이 신기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터뷰하며 소장님께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진짜 상담의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죠.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니 참 대단한 상담입니다. 소장님께서 학교 환경이 바뀌는 것이 부담되고 힘든 것은 많은 사람이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3월에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마음가짐을 잘 가질 수 있게 됐고, 열심히 적응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는 소중 독자들도 화이팅하세요!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가서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취재했어요. 소장님 인터뷰를 통해 상담은 놀이치료·면담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상담사라는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도 알아보았는데, 상담사라는 직업은 공부해야 하는 기간이 길지만 그만큼 일할 수 있는 기간도 길다고 합니다. 상담은 뭐가 잘못됐을 때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싶을 때 가는 것이고, 좀 더 잘살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조현하(서울 성내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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