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관세전쟁 다음 타깃은 '반도체'…한국 타격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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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톨영이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결국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엄포가 아니라 선전포고다. 첫 과녁은 캐나다·멕시코와 중국이다. 트럼프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인출기)'으로 지목한 한국을 겨누는 것도 시간문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도체·자동차·가전·2차전지 등 한국 주력 산업군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는 4일부터 시행한다. 맞대응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이는 ‘보복’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1기’ 때는 엄포만 놓고 멕시코와 협의해 관세를 실제 부과하지 않았다.

반도체 관세도 조만간 부과가 유력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관세 부과를 언급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말할 수 없지만 좋은 미팅이었다"며 “우리는 종국적으로(eventually)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석유와 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일은 곧 일어날 것이며 아마 2월 18일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칩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공급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무시하고 관세 부과 방침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달러(약 226조365억원) 상당의 미국 상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제부 장관에게 보복관세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총성 없는 관세 전쟁의 시작이다.

트럼프에게 동맹국(우방국)도 예외는 없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전통적인 경제·외교 우방국이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70년 넘은 혈맹(血盟)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한국은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중국·멕시코·베트남 등에 이은 8위다. 관세를 매길 명분이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적으로 꼽는 중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상대부터 골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인 양국은 어떤 식으로든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캐나다·멕시코를 관세 부과 1호로 꼽은 건 (향후 전개를 고려할 때) 두 나라처럼 미국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 부과로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한 반도체는 106억 달러(약 15조4500억원) 상당이다. 전체 반도체 수출액 1419억 달러를 두고 봤을 때는 7.5%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반도체 수출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이라 볼 순 없다. 하지만 재가공 등을 이유로 타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까지 관세를 부과하면 영향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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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세금 내기 싫으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 때 약속한 반도체법 보조금마저도 불확실해진 가운데, 미국 내 공장 건설 압박에 놓인 셈이다. 현재 미국 공장 건설 진행이 지지부진한 한국 기업 역시 미국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고 그 공장에서 반도체가 나오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리쇼어링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의 수익이 줄면 투자 활동이 줄고 한국 반도체 수요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도체 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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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 현장 AFP=연합뉴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데다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예고로 ‘겹악재’를 맞은 2차전지 업계의 경우 캐나다 관세에 주목한다. 2차전지 소재 등 '자원의 보고'인 캐나다에 진출한 업체들이 직접 영향권에 놓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합작공장을 세운 LG에너지솔루션, GM과 합작사를 세워 퀘벡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막 온타리오 공장 가동을 시작한 상황이라 멈출 수도 없다. 올해 투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 위치한 가전제품 생산공장의 생산물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에 있는 기아 공장의 생산물량 일부를 미국으로 돌리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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