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제 때 헐린 경복궁 선원전…사라진 편액 일본서 돌아왔다
-
2회 연결
본문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이었던 경복궁 안에서도 가장 신성한 공간이었던 선원전의 편액이 사라진 지 약 100년 만에 일본에서 환수돼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3일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편액(일종의 이름표, 현판)을 지난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환수했다고 밝혔다. 환수된 편액은 가로 312㎝, 세로 140㎝ 크기로 옻칠(흑칠) 바탕에 ‘선원전’(璿源殿)이라는 세 글자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왕이 직접 분향, 참배 등의 의례를 행하던 신성한 공간이다. 왕들이 거처한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각각 선원전이 있었다. 선원은 ‘옥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중국 역사서 ‘구당서’(舊唐書)에서 왕실을 옥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국가유산청은 “각 궁궐의 선원전 건립 및 소실과 관련한 정황, 기록 등을 고려할 때 1868년 고종 당시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편액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선 왕조 최초로 1444년 창건된 경복궁 선원전은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 이후 경복궁 재건(1865~1868년)과 함께 1868년 다시 들어섰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따르면 재건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조선 후기 이조참판, 한성부판윤,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서승보(1814∼1877)의 서체다. 이번 편액의 필획 등 서체 특성을 분석한 결과 서승보의 글씨로 추정된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이와 함께 사용된 안료 분석 결과도 기존의 의궤 기록과도 대부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에 따르면 2023년 11월 일본의 한 경매사가 해당 유물을 경매에 내놓는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19세기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이라는 유물 소개에 우리 측이 긴밀하게 움직여 경매를 취소시킨 뒤 소장자 쪽에 “조선 왕실 문화유산이니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각계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협상 끝에 지난해 2월 국내에 환수됐다.
재건 당시 경복궁 선원전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 권역에 위치했다. 1897년 고종이 경운궁으로 거처를 옮긴 뒤 비어 있다가 이후 경복궁 훼철 과정에서 헐렸다. 헐린 전각은 1932년 서울 장충동에 있던 박문사(博文寺)를 짓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문사는 조선총독부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절이다.
한편 경매사 측은 선원전 편액이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를 거쳐 일본에 옮겨온 것으로 소개했다. 데라우치는 귀향 당시 경복궁 건축물 일부를 이전해 와 새 건물을 지었다고 알려지는데, 해당 건물이 태풍으로 파괴됐을 때 철거 작업을 한 직원이 선원전 편액을 보관했다는 설명이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으로 고국 품으로 돌아온 7번째 유산이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은 이래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竹冊)’(보물), ‘석가삼존도’ 등의 환수를 도왔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이달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편액 실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관리하게 된다. 박물관은 궁중현판 775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현재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르면 민속박물관이 세종시로 이전한 후 2030년부터 해당 권역에 선원전 복원이 시작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