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發 ‘관세 쇼크’에 글로벌 시장 요동…달러‧유가 오르고 주식‧암호화폐는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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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이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194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이후 50년 넘게 이어온 자유무역 기조가 트럼프식 관세 폭탄에 흔들리면서다. 수입 물가 상승, 수출 기업의 이익 감소가 눈앞에 현실로 닥쳐오면서,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한국도 사정권에 들었다. 국내 금융시장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원화 값 2주 만에 1460원대로 하락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환율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4.5원 급락한 1467.2원에 장을 끝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미국의 관세 부과 유예 움직임에 최근 1430원대까지 회복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안전 자산인 달러 값이 급등했다. 그 여파로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46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약 2주 만에 처음이다.
관세 폭탄을 맞은 건 원화 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직격탄을 맞은 캐나다 달러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멕시코 페소도 3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다음 관세 부과 대상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하자 유로화도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86% 상승한 108.37까지 올랐다. 이후 109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관세 폭탄에 원유·천연가스도 급등
에너지 가격도 관세 전쟁 소식에 상승 폭을 키웠다. 캐나다·멕시코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커져서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물 선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5% 급등하면서 75.18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 넘게 올랐고,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8% 넘게 급등했다.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보복 관세가 현실화하면 에너지 가격은 더 상승할 수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금리 인상 등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증시는 직격탄, 암호화폐로 급락
관세 부과가 달러 값과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은 주저앉았다. 위험 회피 선호 현상이 커진 데다, 물가 상승으로 미국 등 주요국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면,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관세에 민감한 수출 기업이 많은 아시아 증시는 이날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로 마감하면서 2500선이 붕괴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692억원·3730억원 쌍끌이 순매도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4.49포인트(3.36%) 급락한 703.80으로 거래를 끝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7% 떨어진 3만8520.09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지수가 3만9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10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대만 자취안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5%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0.6% 떨어졌다.
대표적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산으로 꼽혔던 암호화폐는 급락했다.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4% 급락한 9만5246.81달러를 기록하며 10만 달러 선이 붕괴했다. 이더리움(-15.7%)·리플(-16.5%)·도지코인(-16.2%)은 두 자릿수가 넘은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 관세 부과 시, 단기 충격 피할 수 없어”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관세 부과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적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을 꼽은 만큼, 실제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충격의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 관세 전쟁이 단순히 수출 증가세를 꺾는 것을 넘어서,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현상’ 같은 거시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걱정거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한 상황에서 단기적 충격은 피할 수 없다”며 “환율과 물가 불안으로 통화 정책을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에 일단 추가경정예산 같은 재정 정책으로나마 경기 하강을 방어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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