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동 건 尹 옥중정치? 與 지도부에 "나치도 선거로 정권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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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나치도 선거에 의해서 정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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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나경원 의원과 함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지난달 19일 구속된 뒤 16일 째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교도관 입회 하에 차단 시설이 없이 특별면회(장소변경접견) 형식으로 30분 남짓 진행된 접견에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조치의 정당성을 재차 설명했다고 한다.

권 위원장은 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탄핵부터 시작해서 특검 등 여러 가지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엄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 의원도 “대통령이 ‘의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런 (계엄)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 (독일의) 나치도 선거에 의해서 정권을 잡았는데,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독재가 그런 형태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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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5.2.3/뉴스1

윤 대통령은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나 의원은 “헌재 재판 과정과 재판관들의 편향적인 행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헌재에 대해서도 ‘좌파 사법 카르텔이 심각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똘똘 뭉쳐서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공수처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조사(수사)를 해서 제대로 조사가 안 된 것 같다”며 “헌재가 (탄핵심판을) 잘 해서 (계엄 상황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이) 2030 청년 세대 등 우파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으니, 당이 잘 뭉쳐서 국민들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말도 전했다.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조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방미했던 나 의원이 방미 결과를 설명하자 윤 대통령이 경제 문제 등에 관해 말을 꺼낸 것이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이날 면회의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돼 있을 뿐 우리 당 출신 대통령”이라며 “당연히 나 같은 사람은 (면회를)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교도관 입회 하에서 비밀스러운 얘기를 할 상황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이야기만 나누었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지난달 30일 지도부 접견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도 권 원내대표는 “(접견은) 개인적 차원”이라며 “인간적 도리”라고 설명했다.

지도부가 먼저 물꼬를 트면서 국민의힘 의원의 윤 대통령 면회 신청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다들 안타까운 마음이 왜 없겠나. 신청하고 순서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별면회뿐만 아니라 일반면회도 많이들 신청해서 각자 맞는 날짜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영치금(수용자보관금)을 내는 방식을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의 면회 신청을 받아들여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투톱과 당내 수도권 최다선(5선) 의원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여권에선 ‘옥중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면회 가서) 윤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 실컷 듣고 와서 그런(극우 유튜버) 논리로 계속 가려고 하면 위험하다”며 “(조기 대선 때) 족쇄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속 그 논리로 가다가 갑자기 대통령 선거가 생겨서 하루아침에 우리 입장을 180도 바꾼다면 그걸 믿어주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신지호 전 의원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당 지지율이 아주 저조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도 꺾였다면 그때도 인간적 도리를 내걸고 면회하러 갔을까”라고 꼬집었다.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물귀신 작전’을 쓰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로 당도 계속 극렬 지지층만 다독이지 않느냐. 중도층은 다 날아가고, 조기 대선 준비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결별하고 당의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데, 난처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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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스1) 박세연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도부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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