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팩 다시 챙겼다"…-20도 '입춘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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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입춘 한파’에 서울 곳곳 봄맞이 행사장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건설·배달 등 한파 취약 근로자들이 추위에 떨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서울 아침 체감온도는 -15.2도까지 떨어졌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강원 등 내륙에는 오후 9시부터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한파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15도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 기상청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겠다”며 “4일 최저기온은 -13도, 체감온도는 -20도까지 떨어져 올겨울 들어 가장 심한 추위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특히 절기상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立春)인 만큼 도심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지만 관광객은 뜸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1일부터 입춘첩을 나눠주는 ‘입춘 세시 행사’를 진행했다. 대체로 포근했던 지난 주말에는 이틀간 1400여명의 관광객이 입춘첩을 가져갔지만, 이날 오전 관광객은 100여명에 그쳤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00부의 입춘첩이 나간 것과 비교하면 올해 봄맞이 행사 관광객은 줄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족들과 서울로 여행 온 조용영(47)씨는 “서예가가 쓴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는 시연 행사가 있다고 해 보려 했는데 바람이 차서 안 되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도 이날 대문에 입춘첩을 붙이는 행사가 열렸지만 참여는 저조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시민들은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쓰인 서예를 볼 새도 없이 지나쳤다. 한옥마을 인근 회사에 다니는 이정화(30)씨는 “잠깐 산책을 나왔는데 10분도 못 걷고 들어간다”며 “봄의 시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춥다”고 손을 호호 불었다. 이우현 남산골한옥마을 홍보마케팅 팀장은 “올해 입춘첩 시연 행사는 시민 10명 정도가 관람했는데, 주중인 데다 한파 영향인지 지난해 관람객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포근했던 설 연휴 이후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시민들도 당황한 분위기였다. 직장인 민모(31)씨는 출근길 찬바람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 집에서 패딩을 껴입고 나온 그는 “감기에 걸렸는데 덧날까 봐 핫팩 2개도 챙겨 나왔다”고 했다. 이날 서울 동작구에서 배달한 이모(43)씨는 “추운 날엔 주문량이 많아 계속 밖에 있는데 찬바람을 맞으니 관절이 쑤시다”며 “두툼한 장갑을 끼고 배달해도 손이 다 텄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근로자들도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 이날 대전광역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도배 일을 한 강모씨는 “도배풀이 얼지 않도록 물을 데워가며 일하는데 난방이 안 되다 보니 금방 식는다”며 “추운 날엔 손도 시리고, 작업하기 까다롭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를 맡은 윤모(62)씨는 “8시간 동안 밖에 서서 일하는데 이런 강추위엔 아무리 껴입어도 발바닥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시기와 맞지 않게 잦아든 ‘극한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폭염 경보가 25일 발령됐고, 겨울철 한파·강설에 따른 주의보나 경보 발령이 10년 평균 11일에 이른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제 절기는 무용지물이 됐다”며 “날씨의 변동성이 크고 예측 가능한 범위가 줄어든다는 건데, 그동안 절기가 농사의 중요한 기준이 됐던 만큼 이러한 체계를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단순히 이번 입춘 한파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더한 극한 기후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옥외 노동자에게는 시간당 온도 예측을, 농민에게는 기업 수준의 예보 자료를 제공해야 피해가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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