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소서 복붙 전 SNS 좀 봐라” 요즘 대기업, 컬처핏 따진다
-
1회 연결
본문
경제+
‘삼성=지적인 연구개발(R&D)직 30대 남성, SK=자율적인 R&D직 20대 남성, 현대차=근육질 생산직 30대 남성, CJ=유행에 민감한 판매서비스직 20대 여성…’. 2015년 한 취업플랫폼이 취업준비생 952명에게 대기업 이미지를 설문한 결과다. 기업의 이런 이미지와 구직자가 잘 맞느냐, 이를 요즘 말로 하면 ‘컬처 핏(Culture Fit)’이다. 컬처 핏은 기업의 조직 문화와 지원자의 적성·취향이 부합하는 정도를 뜻한다. MZ(1980~2000년대생) 남녀가 만나면 MBTI부터 묻는다는 요즘 시대, MBTI의 기업 버전인 셈. 중앙일보는 기업들의 컬처 핏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차·LG전자·포스코·롯데·한화·HD현대중공업·GS칼텍스·대한항공·이마트·CJ)의 HR 부서에 그룹의 컬처 핏과 선호하는 인재상을 조사했다.
◆대기업 인재상 ‘도전·창의·협업’=컬처 핏은 기업의 ‘인재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모여 만든 결과물이 회사의 조직문화, 즉 컬처 핏이기 때문이다. 인재상으로 도전 정신을 강조한 회사가 많았다. 삼성전자는 ‘열정(끊임없는 열정으로 미래에 도전), 창의·혁신(창의와 혁신으로 세상을 변화), 인간미·도덕성(정직성과 바른 행동으로 역할과 책임 완수)’을 꼽았다.
SK텔레콤은 ‘도전적인 목표 설정. 자율적으로, 치열하게 일함. 성장 잠재력을 지닌 적극적인 인재’를 꼽았다. 현대차는 ‘타협 없는 집요함, 할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 멈추지 않는 도전’이었다. LG전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사람,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사람, 모든 일에 따뜻한 미소를 담는 사람,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꼽아 인화(人和)의 가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도전과 혁신을 강조했다. GS칼텍스도 ‘신뢰, 유연, 도전, 탁월’을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MBTI의 기업 버전 ‘컬처핏’…소통·도전정신·동행 ‘키워드’
비슷하지만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한 회사로 포스코(‘실천’의식을 바탕으로 솔선하고, 겸손과 존중의 마인드로 ‘배려’하며, 본연의 업무에 몰입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창의’적 인재), HD현대중공업(끊임없이 혁신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인재), CJ(창의력을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며, 성과를 내는 ‘하고잡이’)를 들 수 있다.
동료와 협업을 강조한 회사로는 롯데(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려 노력하고, 협력·상생하는 인재), 대한항공(진취적 성향의 소유자, 국제적 감각의 소유자, 서비스 정신과 올바른 예절의 소유자, 성실한 조직인, Team Player)이 두드러졌다.
좋은 말의 성찬에 가깝지만, 인재상은 이를테면 ‘교과서’다. 족집게 문제풀이 참고서는 아니지만 꼭 봐야 하는 개념서에 가깝다. 삼성그룹의 인재상을 가다듬는 데 참여한 한 전직 삼성 계열사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인사 담당자는 채용의 기준점을 인재상으로 잡고 인력 선발을 시작한다”며 “기업의 인재상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취업을 준비한다면 교과서를 건너뛰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별로 다른 ‘인재상’…면접·자소서로 결격자 걸러
◆2025년 조직 문화 키워드 ‘소통’=2009년 넷플릭스가 ‘자유와 책임’이란 제목으로 펴낸 조직문화 소개서 ‘컬처 덱(Culture Deck)’은 실리콘밸리 조직문화의 바이블로 현재까지 회자한다. 한국판 컬처 덱의 상징이라면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란 문구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일 것이다. 대기업 HR 담당자들은 인재상만큼이나 회사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군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입(말)이 아니라 발(행동)을 봐야 한다는 맥락에서다. 컬처 핏을 따지기 위해 기업 스스로 규정한 ‘2025년 기업 문화’를 설문한 이유다.
기업 문화를 관통하는 1번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삼성전자(수평적 소통)와 포스코(집중과 개선, 그리고 소통이 핵심.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문화), 이마트(신속하고 유연하게 성과를 내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조직 문화)가 그랬다.
인재상처럼 ‘도전정신’을 장려하는 문화도 도드라졌다. SK텔레콤(책임감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단단한 문화. 도전과 변화를 즐기고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 LG전자(낙관적인 마음으로, 담대하게 도전하는 ‘Brave Optimist’가 모인 조직), GS칼텍스(도전적 목표, 리스크를 감수해 기회 포착, 조직 간 경계를 허물어 협업)가 대표적이다.
직원의 성장에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회사도 있었다. 롯데(다양성과 포용성을 지향. 다양한 인재가 차별받지 않고 본인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회사), CJ(일 욕심 많은 ‘하고잡이’가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다.
◆컬처 핏 “알고 오라”=“아직도 기업을 너무 모른다.” 설문에 참여한 HR 담당자가 공통으로 한 얘기다. 내용은 같은데 회사 이름만 바꿔 넣는 식으로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 자기소개서가 여전히 많다고 했다. 당연히 탈락이다. 인재상에 더해 회사의 비전과 조직 문화부터 알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인재상 모르는 지원자 많아…회사 SNS 보고 면접 오길”
현대차는 “최고 수준 안전과 품질, 집요함, 민첩한 실행, 협업, 회복 탄력성 등을 강조한 ‘현대 웨이’를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롯데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만큼 스펙(취업요건)보다 직무 역량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CJ는 “‘하고잡이’ 인재상에 어울리는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HR 담당자 418명을 설문한 결과 49%가 “컬처 핏을 확인하는 전형이 따로 있다”고 답했다. 컬처 핏을 확인하기 위해 62%가 면접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소개(25.4%), 레퍼런스(평판), 확인(7.8%), 문답 작성(4.9%) 순이었다. 같은 설문에서 HR 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이 컬처 핏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로 유튜브 등 회사가 운영하는 SNS 채널(29.4%)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이어 회사 홈페이지(27.8%), 채용공고(25.4%), 채용 설명회(17.5%) 순이었다. 김소연 인크루트 그룹장은 “SNS는 회사가 조직문화를 알리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며 “현직자 인터뷰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강조하는 내용, 선호하는 인재상부터 조직원끼리 서로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지 디테일까지 확인하고 면접에서 연결할 고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HP와 홈플러스 등 대기업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지낸 최영미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자칫 ‘컬처 핏’ 같은 신조어 때문에 취업을 가벼운 궁합 맞추기 정도로 착각할 수 있지만 기업의 인재 채용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신중하고, 의미 있는 절차”라며 “기업은 ‘○○웨이’ 같은 이름을 붙여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외부로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데 구직자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맞춤형으로 준비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요 땅덩어리에 美만큼 많다…항공 전문가 놀란 LCC 개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110
‘쓱타벅스’된 스벅의 고민…묘수는 ‘DMZ 핫플’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3945
“나 희망퇴직 좀 시켜주세요” 회사 멀쩡한데도 퇴직런, 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2171
“4000만원에 46억 약 개발” 송도가 노리는 ‘양자컴 대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6576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