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5명 뽑는데 2명 응시"…공무원 수의사 인력난에 방역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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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축을 가장 많이 사육하는 지역인 경상북도는 ‘공무원 수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지난해 총 45명 선발 계획을 공고했다. 하지만 원서를 낸 사람은 4명뿐이었고, 실제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명, 최종 합격자는 1명에 그쳤다. 지난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 중이던 경북도 동물방역 관계자는 “방역 업무 특성상 현장에 나갈 일이 많다”며 “충원이 안되니 명절에도 업무 부담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전국 가축 전염병 방역을 책임지는 수의직 공무원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민간 반려동물 수의사는 인기 직종으로 뜨고, 공무원 신분의 가축방역관은 비인기 직종으로 전락하는 ‘공무원 기피’ 현상이 수의사 업계에서도 발생하면서다. 수의직 공무원이 계속 줄며 동물 방역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가축방역관 업무를 수의사가 아닌 다른 공무원에게 일부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가축방역관 현행 정원 1063명 중 수의직 공무원은 785명(73.8%)에 그친다. 수의직 공무원은 2022년 901명(정원의 71.9%)에서 2023년 821명(67.6%)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더 감소했다. 가축방역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을 예방하고, 질병 발생 시 역학조사‧정밀검사 등의 일을 하는 수의사다. 가축방역관 부족이 계속된다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AI 등 전염병 대응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현재 부족한 가축방역관은 수의대학 출신의 군 대체복무자인 공중방역수의사가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자리를 떠나는 인력이다. 결국 지자체는 지역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일부 업무를 위탁하거나(공수의 지정), 농협 방제단 등의 일손을 빌리고 있다.
퇴직하는 수의직 공무원 수만큼 신규 수의직 임용이 되지 않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례로 전라남도에서도 기존에 7급 공무원으로 뽑던 수의직을 지난해 6급으로 올려 6명을 선발하겠다고 공고했지만, 최종 합격자는 1명뿐이었다.
수의직 감소가 이어지는 것은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수의사들이 공직보다 벌이가 좋은 동물병원 개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수의사의 평균 사업소득 증가율은 2014~2022년 12.6%로 전문직 가운데 1위였다. 수의직 공무원은 동물병원보다 낮은 수입에,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현장점검부터 살처분 등까지 고된 일을 도맡고 있다. 가축방역관 1인당 맡아야 하는 소는 4915마리(2023년 기준)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우선 가축방역관의 격무를 해소하기 위해 업무 중 소독‧현장점검 등 비교적 비전문적인 분야는 다른 공무원 직렬도 할 수 있도록 법적 업무 종류‧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의직만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고, 현장 경험과 관련 지식이 많은 농업직 공무원 등이 일부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수의직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의사 업계에선 아직 ‘수의사만의 전문 업무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다만 업계와 정부 모두 수의직 직급체계와 수당 개선은 꼭 필요하고 본다.
특히 전염병 방역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의 강력한 통제 권한이 필요한데, 대다수가 6‧7급에 그치는 현행 직급 체계로는 가축방역관이 현장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수의사 업계의 지적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방역 현장에서 수의사가 전문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직급상으로는 중간 이하 보직만 맡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문서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행정업무에 매몰되는 수의직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수의사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약 70%의 시‧군에서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5급 자리가 없었다. 예컨대 수의직 공무원을 6급으로 임용하기로 한 전남도의 경우에도 일부 시‧군에서는 6급으로 시작해 퇴직할 때까지 6급에 머무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추가적인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지난해 특수업무수당이 지방직 기준 월 25만~50만원에서 35만~60만원으로 상승했지만, 수의직 공무원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선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대응 체계를 만들기 위해 수의직 처우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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