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미래를 묻다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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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 발명부터 사진 기술 발전까지, 디자인은 언제나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젠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디자인 트렌드 격변의 시기를 주도합니다. 이미지 생성부터 레이아웃·3D 모델링, 심지어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작업까지, 이미 디자인 전 영역에 인공지능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러자 디자이너들의 역할 변화 혹은 일자리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디자이너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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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미지. Pix4free

머릿속 아이디어가 수백 가지 시안으로 뚝딱

디자인 영역에서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에도 컴퓨터 그래픽 알고리즘이 사용됐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 크기 변환이나 배경 제거, 보정 등의 작업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자동화 기능으로 자리 잡았죠. 이런 기술은 단순 반복 업무를 크게 줄였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디자인 영역은 훨씬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아이디어 구상’ 단계입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여러 참고자료를 찾은 뒤 스케치북이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머릿속 구상을 하나하나 구체화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초기 콘셉트 스케치나 컬러 팔레트, 레이아웃 아이디어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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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능을 추가한 디자인 도구 피그마. Figma

또한 미드저니(Midjourney)나 달리(DALL·E)같은 이미지 생성 AI가 몇 개의 키워드만으로 이미지를 ‘창작’하고, 피그마 같은 디자인 도구는 AI 기반 레이아웃을 제안해 디자이너가 만든 와이어 프레임을 자동 보완하거나 가이드를 제시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기능들은 디자인 초안 제작 시간을 대폭 줄입니다. 디자이너는 콘셉트 수립이나 사용자 경험(UX) 연구 같은 보다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죠.

브랜딩 디자인 과정에서 로고나 포스터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야 할 때도 AI가 활용됩니다. 기존에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각기 다른 레이아웃이나 색 조합을 일일이 시도했지만, 이제 생성형 AI가 브랜드 색깔·로고 타입·타이틀 문구 같은 입력값을 받아 수백 가지 시안을 순식간에 생성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다양한 버전을 손쉽게 시험할 수 있고, 디자이너는 콘셉트의 품질과 브랜드 일관성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수 있죠.

영혼 담긴 디자인...인간 디자이너가 가야 할 길

디자인 업계가 AI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효율성’입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고객이나 프로젝트 의뢰인 입장에서도 A/B 테스트를 자유롭게 시도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제작 전반의 주기가 단축되고 프로젝트 기간도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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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의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 어도비

단순히 시간과 비용만 절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무수한 시안과 변형 선택지는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인간 디자이너가 기존 경험이나 학습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웠던 독특한 레이아웃·색채 조합·그래픽 요소를 AI가 제안해 주기도 합니다. 이는 디자인의 품질과 창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죠. 어도비(Adobe), 피그마(Figma)같은 대표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발 빠르게 AI 기능을 제품에 통합해 디자이너들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창작 방식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빠른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디자인의 ‘가치’가 휘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과 의미 부여, 미학적 표현을 통해 사용자의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결국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아이디어는 참고사항일 뿐, 최종 결정은 디자이너가 직접 통찰력과 브랜드의 방향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결국, AI가 효율성을 가져다주더라도 디자인의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디자인에 AI 역량을 더하다...AI로 무장한 디자이너가 온다

AI가 디자인 업계를 집어삼켜 디자이너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분명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자동화가 진행되는 일부 영역에선 향후 몇 년간 디자이너 일자리 감소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AI 활용 능력과 창의성을 겸비한 디자이너들은 더 큰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도구를 넘어 각종 AI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가 되면서 ‘디자인+AI’라는 복합적 직무 역량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는 마치 웹디자인이 ‘코딩 능력’을 어느 정도 요구했던 시기와 유사합니다. 당시에도 HTML, CSS 등을 활용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마찬가지로 AI 시대에는 최신 AI 도구를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좋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가 주목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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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필수 요소 AI. OSO

결국 디자인 업계의 미래는 인간 디자이너와 AI가 ‘공진화(co-evolution)’하는 모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AI가 빠른 시안 생성과 대량의 반복 작업을 담당하고, 인간 디자이너가 전략적 기획과 감수성, 문제 해결 능력으로 창의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분업 구조 속에서 높은 기술 이해도를 가진 디자이너들은 AI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재정의 필요...화가에서 문제 해결사로

이제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가이드’이자 ‘의미 부여의 창작자’로 재정의돼야 합니다. AI가 단순 생산 작업을 맡고, 디자이너가 기획과 전략, 섬세한 창의성을 담당한다면 디자인의 중요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기획·분석·브랜딩·협업 능력 등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디자인 질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디자인은 ‘창작 도구’에 대한 관점 전환을 요구합니다. 펜과 종이를 쓰는 디자이너가 컴퓨터 그래픽 도구로 넘어왔듯, 이제는 AI라는 또 다른 도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디자인 본질을 뒷받침해 주는 도구가 진화했을 뿐, 디자인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디자이너가 가진 ‘창의성’과 ‘인간적 통찰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줄 협력자의 역할로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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