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감기에 암환자 면역약 주고 "42만원"…의사들 비급여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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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마스크 자율 착용 대시민 캠페인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에 사는 A(63)씨는 지난달 초 감기몸살 증상이 나타나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감기라고 진단하면서 “기력 회복에 좋다”며 수액 주사 치료를 권했다. 그러면서 진해거담제(가래를 가라앉히는 약), 염증 주사제, 비타민제,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에 주로 쓰는 면역증강제 등을 처방했다. A씨는 특별한 지병이 없었지만 의사 처방대로 수액을 맞았고, 진료비로 42만원을 냈다.

B(39ㆍ경기 수원시)씨는 동네 의원에서 A형 인플루엔자(독감) 진단받을 받았다. 의사는 “먹는 약보다 편리하고 치료 속도가 빠르다”며 먹는 독감 치료제 대신 주사 치료제를 권했다. 그러면서 해열제, 진해거담제, 비타민제를 함께 처방했다. B씨는 수액 치료를 받은 뒤 38만원을 냈다.

독감이 8년 만에 최대 규모로 유행하는 등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A씨나 B씨처럼 단순 감기나 독감 환자에 고가의 비급여 주사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손해보험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개 보험사(메리츠ㆍ현대ㆍKBㆍDB)가 올해 1월 1일~15일 독감ㆍ감기로 비급여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27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같은 기간(140억원), 2023년(56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24년 1년간 지급액(1000억원)의 3분의 1가량이 보름 동안 나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독감 치료제뿐 아니라 영양제나 면역증강제 등을 섞어 처방하면서 진료비 규모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감기ㆍ독감에 걸렸어도 비급여 주사제 처방 여부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는 천차만별이었다. C(56ㆍ부산 해운대구)씨는 몸살과 인후통으로 찾은 동네 의원에서 염증주사제와 감기약을 처방받았고 진료비ㆍ약값을 합쳐 1만2350원을 냈다. 지난달 독감에 걸린 D(52ㆍ충남 서산시)씨는 먹는 독감 치료제를 처방받은 뒤 검사비ㆍ약값을 합쳐 3만6200원을 냈다. A씨, B씨와 비교하면 10~3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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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 주사를 맞는 환자. [사진 pixabay]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독감 주사 치료제 처방이 최근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먹는 치료제는 매일 두 번씩 5일간 먹어야 하지만, 주사 치료제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대신 먹는 약은 환자 부담이 8000원대지만, 주사제는 10만 원대다.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여러 번 먹는 약보다는 주사제가 편할 수는 있지만, 둘 다 임상시험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와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불가피할 때만 처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아이들이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주사 치료제를 추천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먹는 약을 복용하고 구토 증상이 심했던 경우라든가, 탈수 증상이 심해서 수액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 임상적인 증상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겨울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일부 병ㆍ의원이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비급여 처방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는 일반 감기ㆍ독감 환자에게 면역증강제나 비타민 수액을 맞추는 건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2023년 독감 실손보험이 우후죽순 생긴 이후로 감기ㆍ독감 비급여 주사제 처방이 급증한 경향이 눈에 띈다”라며 “건보 보장률 하락 요인 중 하나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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