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천재 절반은 칭화대에 있고, 칭화대 천재 절반은 AI전사" [딥시크 쇼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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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재의 반은 칭화대에 있고, 칭화 영재의 절반은 야오반(姚班)에 있다. 야오반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부생의 집합소다.“
칭화대 학제간 정보연구원에 재학 중인 쑤정위안(蘇政淵)은 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야오반’을 이렇게 소개했다. 야오반은 지난 2004년 칭화대가 영입한 컴퓨터 공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姚期智·79)의 성을 딴 ‘중국 AI의 메카’다. 인공지능(AI)·양자정보·컴퓨터공학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중국의 첨단 브레인 양성소다.
‘딥시크 쇼크’ (중) AI 메카 칭화대
쑤정위안은 “이미 헤드헌터가 연봉 100만 위안(약 2억원)을 제안했다”며 거액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진학을 위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야오반 합격 비결을 묻자 “수석도 합격을 보장 못 한다. 야오반은 학문적 잠재력을 더 중시한다”며 “가오카오(중국 대입 수능) 성적이 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야오반은 대부분 ‘바오쑹(保送)’으로 불리는 특별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세계 수학·물리 올림피아드나 중국 국가급 경시대회 수상자가 선발 대상이다. 지난 2020년 입학생 가운데 46명이 세계 올림피아드 대표나 성급 수학 경시대회 1등 수상자였다.
야오반은 지난해 중국 대입에 도전한 수험생 1340만 명에게 ‘꿈의 학부’다. 돈과 명예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1기 졸업생(2005년 입학) 84명 중 취업자는 4명이었다. 모두 '중국판 챗GPT' 딥시크를 만든 량원펑과 같은 퀀트 투자사에 들어가 연봉 500만 위안(약 1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나머지 졸업생 중 30명은 칭화대 박사 과정에 진학했고, 50명은 해외 유학을 떠났다.
이날 오전 칭화대 정문에서 만난 초등학생 왕샤오펑(11)은 “AI를 전공해 ‘제2의 량원펑’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난성 정저우에서 설을 맞아 부모와 칭화대를 찾아온 이유다. 학사모 사진을 보며 열심히 공부해 칭화대 합격증과 바꾸겠다고 자신했다.
칭화대 정문과 마주한 칭화과학기술원 7층에는 유니콘 기업인 즈푸(智譜)AI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딥시크와 동급으로 평가받는 생성형 AI의 강자다. 칭화대 컴퓨터학과 '96학번' 장펑(張鵬)이 2019년 창업한 즈푸의 사무실은 춘절(설) 연휴인데도 열려 있었다.
“다음 AI 유니콘을 예측해 주세요.”
복도에 ‘Z계획’이라고 이름 붙인 차세대 AI 비즈니스 모델을 직원들에게 묻는 스티커 설문이 눈에 띄었다. 답변을 보니 대형언어모델(LLM)을 넘어 지능형 로보틱스 분야가 더 유망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처럼 즈푸에선 사내 벤처를 지원하는 식으로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딥시크 쇼크’의 마중물이 된 칭화대의 AI 투자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파는 야오치즈 교수였다. 1946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대 학부를 졸업한 야오 교수는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일리노이대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각각 보유한 석학이다.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5년 칭화대에 컴퓨터과학 실험반을 만들어 컴퓨터공학과 AI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야오반을 ‘학제간 정보연구원’으로 확대하며 최근 각광받는 양자 분야까지 폭을 넓혔다.
지난해 4월에는 AI만 단과대학으로 특화한 '인공지능학원'을 별도로 개설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소개란에는 “‘AI 코어’와 ‘AI 플러스’ 양대 프런티어에 초점을 맞춘다”며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광전자, 양자 등 미래 컴퓨팅 모델을 개발한다”는 목표가 적혀 있다. 미국의 각종 제재를 독자적인 기술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야오 교수를 'AI 영웅'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시 주석의 인민일보(6월 13일자 1면)에 실은 편지를 통해 “귀국 후 교편을 잡은 지 20년간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와 혁신으로 묵묵히 공헌한 데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한다”며 “인재의 자주 육성, 과학기술의 자립자강 실현에 새로운 공헌을 바란다”고 했다. 세계적인 AI 석학을 수험생과 학부모의 영웅으로 만들어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속내가 담겼다.
야오 교수는 지난 8월 3일 베이다이허 전문가 회의에도 초대됐다. 중국 권력서열 5위의 차이치(蔡奇) 상무위원과 리간제(李干杰) 중앙조직부장 사이에 야오 교수의 자리를 마련해 우대하는 모습이 중국중앙방송(CC-TV)에 보도됐다.
야오 교수는 AI 대중화로 호응했다. 2022년에는 개설서 『인공지능』을 야오반 교수들과 공저로 펴냈다.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AI의 잠재력과 미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딥시크 쇼크는 중국 AI 메카인 칭화대가 아닌 저장대 석사 출신의 작품이라는 데에서 파장이 더욱 크다. 저장대와 딥시크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는 중국 경제주간지 경제관찰보가 지난 2023년에 집계한 중국 생성형 AI 산업지도에서 관련 기업 수가 베이징(54개), 상하이(12개), 선전(11개)에 이은 8개로 4위 도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항저우뿐만 아니다. 안후이성의 수도 허페이에는 '중국의 칼텍'으로 불리는 허페이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이 AI 기업을 양산하고 있다. 음성인식에 특화된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자체 생성형 AI 스파크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과기대 출신 류칭펑(劉慶峰·52)이 1999년 교내 벤처로 창업한 아이플라이텍은 이미 AI 회사로 탈바꿈을 마쳤다. 지난해 3월 찾아간 허페이에는 양자 전문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퀀텀대로’가 조성돼 차세대 과학기술 경쟁력의 원천인 양자컴퓨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김종문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센터장은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 유행보다 미래 전망을 중시하는 장기적 투자가 특징”이라며 “딥시크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첨단기업들이 AI 외에 로봇·양자·우주·심해,신에너지 등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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