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 "USAID, 사라질 때" 대수술 예고…국무부 통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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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자 외 출입 금지(authorized access only)’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도심에 있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본부 건물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노란색 띠가 설치됐다. 국제개발처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제개발처 본부 직원들은 이날 본부로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정부 관계자 2명은 이날 아침 국제개발처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보안 요원들이 “들어갈 수 없다”며 막아 세웠다고 AP는 전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인도적 지원 및 경제 개발 원조를 제공하는 국제개발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예산 낭비’ 기관으로 찍혀 수술대 위로 내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국제개발처 조직 개편의 메스를 맡겼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 글을 통해 “국제개발처는 범죄 조직”, “급진적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소굴”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제 사라질 때”라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날 국제개발처 본부 앞에는 100여 명의 직원들이 모여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적힌 패널을 든 채 건물 폐쇄 조치에 항의했다. 집회 현장에 나타난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미국 국민의 돈(예산)을 통제하는 것은 머스크가 아니다. 미국 의회가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국제개발처와 관련해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운영해 왔다. 우리는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외개발 원조를 90일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국제개발처는 규모와 위상이 대폭 축소된 채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재편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개발처는 해외에서 미국의 이익을 책임 있게 증진한다는 본래의 임무에서 오랫동안 벗어나 있었고, 국제개발처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핵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국제개발처 처장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루비오 장관은 이날 엘살바도르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개발처에 대해 “전적으로 비협조적이며 국익에서 자유롭다는 식의 태도”라고 비판한 뒤 “국제개발처는 독립적 비정부기구(NGO)가 아니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국제개발처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국무부의 지시를 받게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당국자는 “국제개발처 직원 규모를 상당 폭 줄이고 국무부에 통합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국제개발처의 효율성을 감독하라고 맡겼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국제개발처는 빈곤 완화, 민주주의 및 거버넌스 개선, 보건ㆍ교육ㆍ환경 보호 등의 분야에서 국제 사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1961년 설립된 미 정부 기관이다. 2023 회계연도 기준 400억 달러(약 58조 원)가 넘는 예산을 책정해 세계 130개국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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