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 유일 '고래 주민등록등본' 발급…장생포 고래가족 특별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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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에는 행정복지센터(민원출장소)에서 발급하는 세계 유일의 특별한 등본이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돌고래 가족의 주민등록등본이다. 등본은 고래생태체험관과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찾은 방문객이 민원출장소에 가서 신청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2009년부터 발급하고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희귀템으로, 아는 사람만 챙기는 '고래등본'로 남아 있다.
이 주민등록등본은 무인민원발급기에선 발급받을 수 없다. 민원출장소가 문을 여는 월요일~ 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울산 장생포를 직접 시간맞춰 찾아가 공무원에게 고래 주민등록등본 신청을 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민원출장소 관계자는 "발급처가 공공기관이다보니 주말엔 발급이 안되는 등 '노력'이 필요해서 등본 발급 16년이 됐지만, 한 달에 한두 건 발급된다"면서 "등본을 직접 본 방문객들은 '신기하다' '특별하다'는 호평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발품팔아, 찾아가야 발급 가능
고래 주민등록등본을 단순한 홍보물로 봐선 안 된다. 사람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세대주와 구성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입일, 출생일 등 고래 가족의 특별한 기록이 담겨 있다. 등본 상 세대주는 암컷 돌고래 '장꽃분'(추정 나이 26살)이다. 이어 장꽃분 동생인 장두리(16살, 암컷), 장도담(12살, 암컷), 아들 고장수(8살)가 세대원으로 등록돼 있다.
주민번호 있는 장생포 돌고래 가족
장꽃분 가족의 등본 발급이 행정기관에서 가능한 이유는 이들 돌고래가 '울산 남구 주민'이기 때문이다. 장꽃분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091008다. 이는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울산 장생포로 이주한 날인 2009년 10월 8일을 의미한다. 장두리와 장도담 역시 일본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날짜가 각각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표시돼 있다. 2012년 3월 22일과 2017년 2월 9일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한국 출생,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고장수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태어난 날인 2017년 6월 13일이 반영돼 있다. 고래들은 주민등록증도 각각 가지고 있다.
숨은 가족사도 엿볼 수 있어
등본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를 엿볼 수 있다. 막내 고장수의 아빠 돌고래는 '고아롱'인데, 2020년 7월 세상을 떠나 등본엔 엄마인 장꽃분만 있다. 장꽃분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이 하나 있다. 등본에 올려진 고장수는 사실 세 번째 새끼다. 첫째는 2014년에 태어났지만,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둘째는 2015년 6월에 태어났지만 5일 만에 죽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약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꽃분이의 셋째인 고장수에게 '장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는 아빠 고아롱의 성인 '고'를 따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고장수는 태어날 때 몸길이 120㎝, 체중 20㎏였다. 현재는 훨씬 더 건강하게 자라 몸길이 275㎝, 체중은 250㎏이다.
돌고래 가족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내 수족관에서 살고 있다. 수족관은 길이 11m, 높이 2.6m, 너비 3.7m 크기로 바닷물 1200t이 채워져 있다. 그 옆에는 수심 5m, 바닷물 1500t이 채워진 보조풀장이 있다. 수족관 수온은 21도로, 장생포 앞바다에서 끌어온 물을 여과기에 거쳐 사용한다. 먹이는 고등어, 열빙어, 임연수어, 명태 등이 제공된다. 고래 도시 울산답게 장생포 돌고래들을 귀하게 대접하고 있다.
장생포를 자주 찾는다는 경남 도민 김보민(32)씨는 "고래 주민등록등본을 구해 액자에 넣어 뒀는데,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물건이라서 소유하는 것으로도 '한정판'을 가진 듯 즐거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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