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충격과 공포’로 백기투항 받아낸 트럼프 스타일…加·멕시코 관세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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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관세는 ‘거래의 기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 유예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미 언론과 월가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해 각각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는 4일 자정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 국가로 인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단순한 협상 수단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적용 시점을 하루 앞두고 깜짝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당사국 정상 간 통화에서 막판 타협안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잇따라 통화한 뒤 관세 유예 결정을 공개하고 그 대가로 얻어낸 결과물을 전리품인 듯 자세히 열거했다. “멕시코는 국경에 군인 1만명을 즉시 보내기로 했다. 이들은 (좀비 마약)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아줄 것”이라고 했고, 캐나다로부터는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투입 ▶국경 보호를 위한 인력 1만명 배치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전담하는 ‘펜타닐 차르’ 설치 등을 합의했다고 알렸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백기 투항을 이끌어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를 혼란스럽게 해놓고 지렛대를 활용해 최대한 몰아붙인 뒤 막판 빅딜로 원하는 것을 챙기는 협상 전술을 즐겨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 많은 부동산 사업가이던 1987년 자신만의 협상 전술을 소개한 책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의 대목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다 9시간 만에 꼬리를 내린 콜롬비아도 비슷한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자국 출신 불법 이민자 송환 항공기에 불쾌감을 표하며 돌려보내자 곧바로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긴급 관세 25% 부과, (불응 시) 1주일 내 50%로 인상.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콜롬비아가 항공기 송환에 협조하며 사실상 항복 선언해 극한 충돌로 갈 뻔했던 사태는 9시간여 만에 풀렸다. 대미 무역이 막히면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콜롬비아의 아킬레스건을, 관세라는 무기로 최대한 공격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트럼프식 싸움 스타일이 먹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공언했다가 이날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해 일단 유예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지금까지는 ‘혁명’이라기보다는 ‘거래의 기술’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댄 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금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협상 전략으로 쓰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무역전쟁 의지의 후퇴’로 읽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천문학적 무역 적자를 시정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올인을 선언했고 감세 공약으로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세수를 메우는 수단으로서도 관세가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는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으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전술적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전쟁의 전선을 더 넓혀 가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3500억 달러(약 51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에는 BMWㆍ벤츠ㆍ폭스바겐 등 수백만 대의 유럽 차가 들어오는데 그들은 우리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분명히 뭔가 해야 한다. 공정한 관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럽연합(EU)이나 한국을 상대할 때는 멕시코ㆍ캐나다와는 다를 거란 전망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멕시코ㆍ캐나다는 미국과 USMCA(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3국 무역협정)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컸다”며 “그럴 위험이 덜한 EU나 한국을 상대로는 더욱 거칠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있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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