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싸움으로 막오른 관세전쟁…美 ‘中에 10% 관세’, 中 “10~15% 보복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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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추가 관세가 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발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다.
다만 4일부터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키로 한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해서는 전날 ‘불법 이민ㆍ마약 유입 차단을 위한 인력 1만 명 투입’ 등의 합의안을 근거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국이 보복관세를 포함한 복합적 대응 조치로 맞불을 놓으면서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일단 미국과 중국 간 싸움으로 막이 오르게 됐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 명의로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8개 품목에 15%, 원유ㆍ농기계ㆍ대배기량자동차ㆍ픽업트럭 등 72개 품목에 10%의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비(非)관세 보복 조치도 꺼내 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텅스텐ㆍ텔루륨ㆍ비스무트ㆍ몰리브덴ㆍ인듐 등 주요 광물에 대해 수출통제에 들어갔다. 해당 광물 사업자는 이날부터 상무부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다. 통제 품목 중 텔루륨은 태양전지, 열전도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도 착수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 독점금지법을 근거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 상무부 안전관리국은 토미 힐피거와 캘빈 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의류기업 PVH그룹과생명공학기술 기업 일루미나 등 미국 기업 2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 역시 관세폭탄에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추악한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의 전형적 관행”이라며 WTO 제소 조치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가세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관세전쟁과 별도로 이달 중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첫 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중국이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으면서 오는 18일 열리는 15개 안보리 회원국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왕 부장이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두 장관의 첫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24시간 내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국에 매우 상당한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4일 0시를 넘어선 시점까지 미ㆍ중 양쪽에서 관세 정책과 관련된 합의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대로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곧바로 대응하면서 세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촉발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1기 때 발발한 ‘미ㆍ중 1차 무역전쟁’이 ‘2차 무역전쟁’으로 본격 확대될지 주목된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시정을 이유로 철강(25%)ㆍ알루미늄(10%) 등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ㆍ과일ㆍ철강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2020년 양국이 부분적인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갈등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는데, 무역 분쟁이 재현될 경우 국제 통상 질서를 다시 뒤흔들 수 있다.
다만 미국이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 달 유예 결정을 내림에 따라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전선은 미ㆍ중 대립으로 좁혀진 채 개막됐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두 차례 통화를 한 뒤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캐나다가 마약 및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이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지난 1일 발표된 대(對)캐나다 관세는 30일간 유예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는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 투입 ▶마약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에 1만 명 배치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전담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등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 후 멕시코가 국경 강화를 위해 군 병력 1만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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