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091008-4850802 장꽃분…고래도 주민번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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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에는 행정복지센터(민원출장소)에서 발급하는 세계 유일의 특별한 등본이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돌고래 가족의 주민등록등본이다. 손쉽게 받을 수 없는 ‘희귀템’으로, 아는 사람만 발품을 챙겨 받을 수 있는 ‘고래 등본’이다. 이 등본은 민원출장소가 문을 여는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찾아가 공무원에게 신청을 해야 손에 넣을 수 있다. 무인민원발급기에선 발급받을 수 없다. 출장소 관계자는 “발급처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주말엔 발급이 안 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문객들은 ‘특별하다’고 호평한다”고 전했다.
고래 주민등록등본은 단순 홍보물 그 이상이다. 사람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세대주와 구성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입일, 출생일 등 고래 가족의 특별한 기록이 담겨 있다. 등본상 세대주는 암컷 돌고래 ‘장꽃분’(추정 나이 26살)이다. 장꽃분의 동생 장두리(16살, 암컷), 장도담(12살, 암컷), 아들 고장수(8살)가 세대원으로 등록돼 있다.
장꽃분 가족의 등본 발급이 행정기관에서 가능한 이유는 이들 돌고래가 ‘울산 남구 주민’이기 때문이다. 장꽃분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091008다. 이는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울산 장생포로 이주한 날인 2009년 10월 8일을 의미한다. 장두리와 장도담 역시 일본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날짜가 각각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표시돼 있다. 2012년 3월 22일과 2017년 2월 9일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한국 출생,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고장수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태어난 날인 2017년 6월 13일이 반영돼 있다. 고래들은 주민등록증도 각각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도 엿볼 수 있다. 막내 고장수의 아빠 돌고래는 ‘고아롱’인데, 2020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등본에 올려진 고장수는 장꽃분의 세 번째 새끼다. 첫째는 2014년에 태어났지만 3일 만에, 둘째는 2015년 6월에 태어났지만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약 20% 정도다. 그래서 꽃분이의 셋째인 고장수에게 오래 살라는 뜻에서 ‘장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태어날 때 몸길이 120㎝, 체중 20㎏였던 고장수는 현재 몸길이 275㎝, 체중은 250㎏이다.
경남 도민 김보민(32)씨는 “고래 주민등록등본을 구해 액자에 넣어 뒀는데 ‘한정판’을 가진 듯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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