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년 전엔 "900% 성과급"…잘나가던 배터리, 생존 걱정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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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위기에 빠진 배터리 업계가 생존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줄줄이 비상경영에 나서며 ‘보릿고개’를 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들은 배터리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강조하며 사기 저하된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날 전 직원에게 “지금은 ‘강자의 시간’, 호시우보(虎視牛步·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의 자세로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김 사장은 “북미의 여러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미래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도래 시, 결국 실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신년사 이후 약 한 달 만에 또 전체 메시지를 낸 것으로, 그만큼 대내외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에 공장을 세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22일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취임 후 첫 소통행사를 열고 “지난해 경영이 어려웠지만 전 임직원이 힘을 합친다면 올해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천안과 청주, 구미, 울산 등 전국 사업장에도 온라인 생중계됐다. 그는 “배터리는 결국 성장하는 사업”이라며 “임직원들이 이른바 ‘원영적 사고’를 갖고 뭉치면 수퍼 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영적 사고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뜻하는 인터넷 ‘밈’이다.
2~3년 전만 해도 잘 나가던 배터리 업계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각각 2255억원, 25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는 6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온도 적자 전환이 유력해, 2021년 국내 배터리 3사 체제가 출범한 뒤 첫 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축소·폐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성과급 역시 쪼그라들며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2023년 기본급의 최대 900% 성과급을 지급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평균 362%을 지급했고 올해는 50%에 그쳤다. 올해 삼성SDI 배터리사업부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였다. 적자가 이어지며 지난해 성과급이 없었던 SK온은 올해도 성과급 대신 ‘밸류 셰어링’(VS)을 연봉의 20~30% 수준으로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VS는 향후 3년간 재직하고 주식 상장(IPO)에 성공할 경우 실물주식으로 교환하는 일종의 가상주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과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CEO들이 나서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로 ‘허리띠 조이기’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올해 들어 포스코퓨처엠도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달 사내 회의에서 “비핵심자산을 과감하게 조정하는 등 경영진은 경영 아젠다들을 철저하게 수익성 확보 관점에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비상경영 선언까지는 아니지만 각 부문에서 비용 절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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