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BS 국어일타의 문해력 비법 "어떤 교과서든 끝까지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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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 강일고 교사가 15일 서울 송파구 유탑테크밸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수능 공부법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난히 길었던 지난 설 연휴에도 대입 수험생의 학업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EBS 강의 조회 수는 꾸준히 올라갔다.

연휴 중 수험생이 가장 많이 본 EBS 강의는 윤혜정(44) 강일고 교사의 ‘나비효과’였다. 나비효과는 윤 교사가 지난 2011년 첫 출간한 국어 교재의 이름이자 동명의 강의 시리즈다. 그의 대표 교재 ‘개념의 나비효과’는 136만부 판매됐고, EBS 강의의 누적 조회 수는 1억 회가 넘었다. 지난달 5일부터 다시 시작한 강의도 줄곧 EBS 인기강좌 1위에 올라있다.

강의 녹화에 한창인 윤 교사를 서울 송파구의 스튜디오에서 지난달 15일 만났다. 윤 교사는 문해력 향상에 고심하는 학생들에게 “끈질김”을 강조했다. “글의 문맥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완결된 글 한 편을 집중해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경험의 분량이 충분히 쌓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스타 강사가 된 뒤에도 사교육계로 전직하지 않아 ‘공교육 지킴이’로 불리는 그는 “너무 어려운 수능은 학교에 지나친 부담”이라며 ‘킬러 문항’을 배제한 수능 출제 기조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전국의 제자들 만나는 게 내 보람”

Q. EBS가 나비효과 강의를 홍보하며 ‘황제의 재림’ 이라고 했다.  
A. 꾸준히 강의할 기회가 줘 감사할 뿐이다. EBS 강사가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2007년 같은 학교에 EBS 강의를 오래한 선배가 권유해 지원했다. 그 인연으로 전국에 제자들이 생겼다. 이제 제자들이 교사가 돼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에 놀러 오고, 결혼식 같은 대소사에 불러준다. 큰 보람이다.

Q. 무척 바쁠텐데.  
지난해 학교 수업과 나비효과 개정판 제작 작업을 병행했다. 오전 7시에 학교로 나와 오후 4시 수업이 끝난 후부터 새벽 2~3시까지 스터디카페에서 교재를 썼다. 두 아들에게 출근하면서 ‘내일 봐’라고 인사하곤 했다. 특히 둘째에겐 책 한 번 제대로 읽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Q. 아들과 제자의 차이라면.
A. 아들의 수학 공부를 도와본 적 있다. 제자가 모르면 답답했는데, 아들이 모르니 화가 나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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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주간 인기 강좌. 윤혜정 교사의 나비효과 강의가 설 연휴 내내 인기 강좌 1위를 차지했다.

Q. 한때 사교육 이적설도 돌았다.
A. 실제로 제의가 두세 번 정도 있었다. 어떤 업체는 집 가까이 스튜디오를 차려줄테니 강의에 전념하라고 제안했다. 흔들리는 제안이었지만, 고 3 담임이라 다음날 아이들 원서 써줘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어려운 수능, 학교엔 부담”

윤 교사는 지난 2023년 당국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수험생 불안이 커지자 SNS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흔들릴 필요 없이 가르쳤다”며 수험생을 격려하는 글을 올렸다. 몇달 뒤 2024학년도 대입 수능 땐 EBS현장교사단 대표로 문항 분석 브리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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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EBS가 올린 윤혜정 교사의 나비효과 강좌 광고 동영상에는 윤 교사가 직접 아이스하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아들이 아이스하키를 배우는데 같이 취미를 들여 하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타강사로서 바쁜 하루를 수년 째 살아가고 있는 그의 mbti는 활기차고 낙관적인 성격의 'ENFP'라고 한다.

Q. 2024, 2025 수능 문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A. 수능 며칠 전부터 출제진과 함께 합숙하며, 통신이 차단된 채로 문제를 봤다. 예전엔 지문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이 읽자마자 포기했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교에선 수능만을 위한 수업을 하지 않는데, 문제가 너무 어려운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Q. 올해 수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국어는 경향에 크게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킬러가 아니라 ‘초킬러’가 나와도 공부 방법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수능에 어떤 문제가 나온다’가 아니라 ‘어떻게 지문을 읽어야 하나’를 가르치고 있다. 네비게이션 작동법만 알면 어떤 목적지로든 어디든 갈 수 있는 것과 똑같다.

Q. 신학기부터 교육과정이 바뀐다.
A. 기존 수능의 선택 과목인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가, 현 중 3이 치를 2028학년도 수능에서 공통 과목으로 통합된다. 그러면서 언어와 매체에 포함된 문법 문제도 모든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시험 범위가 됐다. 그런데 중학교 때 공부했던 문법 내용을 거의 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품사, 문장 성분, 어간이나 어미 등의 용어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심지어 영문법과 헷갈리기도 한다. 비문학의 경우 뉴스처럼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로만 접하던 글을 종이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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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 교사가 15일 서울 송파구 유탑테크밸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수능 공부법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Q.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을 평가한다면.
A. 짧은 글, 영상에 익숙해진 탓인지 지구력이 부족하다. 2시간 영화도 다 못 본다. 어떤 교과서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생물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다 비문학 지문이다. 학원에선 요약본을 만들어놓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까지 알려주는데, 이렇게 쉬운 공부로는 성장하기 힘들다. 제자 중 학원을 다니는 데도 내신 성적이 수준 이하로 나오는 친구가 있어, 차라리 학원을 끊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성적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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