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버추얼 아이돌' 성공사례 쓰는 플레이브...멜론 하루 1100만 스트리밍 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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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미니 3집 티저. 사진 블래스트

컴백 당일 멜론 톱100 1위 및 차트 상위권에 수록곡 줄 세우기, 발매 2시간 20분 만에 멜론 앨범 스트리밍 100만 돌파.
지난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1’으로 컴백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수립한 신기록들이다. 플레이브는 3일 오후 11시 멜론에서 앨범 타이틀곡 ‘대쉬’로 지드래곤 ‘홈 스윗 홈’, 아이브 ‘레블하트’를 제치고 깜짝 정상에 올랐다. 5일 기준으로는 4위에 안착해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도 올랐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된 5곡 모두 멜론 차트인에 성공했다. 로맨틱한 힙합곡 ‘리즈’, 멤버들의 전생을 그린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크로마 드리프트’, 선공개곡인 R&B 장르의 ‘아일랜드’, 가수 적재가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팬송 ‘12:32(에이 투 티)’까지 전곡이 톱20위에 랭크했다. 특히 플레이브는 멜론에서 발매된 전체 앨범 중 24시간 최고 스트리밍 횟수인 1132만 9400회를 달성했다. 종전 1위는 세븐틴이 2023년 발매한 미니 10집 ‘FML’으로 기록한 972만회였다. 전체 발매 곡의 누적 스트리밍이 10억을 돌파해 멜론 ‘빌리언스 클럽’에 최단기로 입성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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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멤버들은 3일 오후 6시 컴백에 맞춰 '컴백 라이브' 콘텐트를 진행하고, 팬과 함께 뮤직비디오 등을 감상했다. 사진 블래스트

놀라운 성과에 멤버들은 감격하고 팬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소감을 남겼다. 예준은 “플리(팬덤명) 진짜 최고다.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가 더 잘하겠다”고 했고, 은호는 “톱100 1위 이게 맞나. 진짜 기적이다. 이 소중한 선물 늘 마음에 간직하고 더 멋진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울컥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노아는 “감격의 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하민과 밤비 또한 “꿈만 같다”며 팬들에 고마워했다.

플레이브 뒤에 사람 있다 

1998년 데뷔한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의 형태를 발전시킨 플레이브는 버추얼IP로는 가장 성공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룹이다. MBC에서 ‘기황후’, ‘더블유’ 등의 VFX(시각특수효과) 작업을 감독한 이성구 대표가 설립한 블래스트 소속이다. 앞서 이 대표는 중앙일보에 “플레이브는 언리얼 엔진(게임 기술)으로 제작해 즉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멤버들의 매력과 실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담이라는 캐릭터 뒤에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처럼 플레이브 뒤에도 실제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의 동작을 녹화해 이를 후가공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에스파(에스파 아바타 버전), 나이비스(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하이브 자회사 수퍼톤 소속의 버추얼 걸그룹 신디에잇처럼 AI 기술로 만든 가상 인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토대로 캐릭터를 구현하고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팬들 입장에선 단순한 2D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와 그 뒤에 있는 실제 인간 멤버들의 매력까지 파헤치고 공감하며 환호한다. 인물들이 드러나지 않고 ‘캐릭터 뒤에 감춰진’ 존재라는 데서 더 큰 매력과 ‘짠함’을 느끼기도 한다. 초창기 기술 발전이 미흡했을 땐 팬들이 캐릭터의 동작 인식 오류 상황을 새로운 재미 콘텐트로 받아들이고, 이를 모은 숏츠까지 만들며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술력과 감성을 동시에 어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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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멤버들의 자체 예능. TV 예능처럼 오늘의 미션을 요약 소개 한다거나, PD의 속마음 자막을 넣어 재미를 배가한다. 사진 플레이브 유튜브

따라서 멤버들 개인의 매력을 활용한 콘텐트에도 진심이다. 2023년 3월 데뷔 이래 거의 매일 유튜브 콘텐트를 올리고 있으며,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제영재PD가 콘텐트 전문가로 합류한 후엔 고퀄리티 자체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펌프를 하고 옛날 예능 게임을 즐기거나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팬과 가까이 소통한다. 커버 영상, 실시간 라이브, 새해인사 등 기본적인 K팝 아이돌 콘텐트라도 플레이브가 하면 가상 공간을 활용한 색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이에 유튜브 구독자는 88만8000명(5일 기준)에 달하며, 지난 3일 컴백 라이브는 30만명이 동시 시청했다.

가수 본질에 충실

멤버들은 작사, 작곡, 안무, 프로듀싱에 뛰어난 능력이 있어 자체 제작이 가능하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이 만든 록, 힙합, R&B,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대쉬’는 붐뱁 랩을 섞은 강렬한 록 기반의 노래로, 신비의 행성 아스테룸에서 나와 혼란을 겪는 플레이브의 여정을 노랫말에 담았다. 플레이브는 지구의 개발자에 의해 아스테룸이라는 중간계로 오게 되었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마치 4분짜리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제작됐다. 빌런에 맞서 싸우는 멤버들의 모습이 마치 히어로처럼 느껴진다. 현실에선 구현하기 힘든 건물 폭발 장면, 하늘을 날면서 총을 쏘고 물로 보호막을 치는 판타지 액션신까지 만나볼 수 있다. 소속사 블래스트에 따르면 이번 뮤직비디오는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인력과 제작 기간을 쏟아 플레이브의 새로운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단순히 강한 콘셉트의 노래가 아니라, 플레이브 감성을 담은 강렬함을 표현하기 위해 멤버들은 곡과 안무를 수없이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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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대시' 뮤직비디오 한 장면. 멤버 예준 앞으로 빌런이 돌진하고 있다. 사진 플레이브 유튜브

후발주자 누가 있나

플레이브의 성공으로 지난해엔 플레이브처럼 사람이란 본체를 두고 활동하는 버추얼 보이그룹이 대거 데뷔했다. 새벽, 찬유, 레온, 유안, 우주 다섯 멤버로 구성된 이오닛은 SBS M ‘더 쇼’를 통해 음악방송에 데뷔했다. 이들을 제작한 버추얼 휴먼 전문기업 온마인드는 “마법학교에서 만난 다섯 소년 콘셉트다. 타이틀곡 ‘루모스’ 안무를 비롯해 모든 곡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4인조 에이팟츠는 버추얼 유튜브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기업 스콘에서 만들었다. 사계절을 염두하고 제작한 보컬 위주의 그룹이었으나, 최근 멤버 2인의 계약 종료로 2인 개인 인터넷 방송 위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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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그룹 에이팟츠(위)와 스페이즈의 한복 인사 사진. 사진 각 그룹 공식 엑스

스페이즈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서태일을 제외한 4명의 멤버가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웹툰의 남주인공들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누적 640만 뷰의 인기 웹툰인 ‘황자님께 입덕합니다’의 페르데릭, 네이버웹툰에서 다운로드 65만 회를 달성한 ‘필살vs 로맨스’의 마대협이 속해 있다. ‘대위님! 이번 전쟁터는 이곳인가요?’의 니단, ‘줄라이 블루’의 도민성은 서브 남주인공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앨범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자체 제작 아이돌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사 오르트 엔터테인먼트는 “이들의 MBC ‘쇼! 음악중심’ 데뷔 무대 이후 수많은 웹툰 서브남주들이 오디션을 보려고 모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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