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후조리원비 평균 286만원…정부 200만원 지원해도, 산모 60% “경비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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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거주 A(32)씨는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뒤 2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500만원을 지불했다. 비용이 부담됐지만, 집과 가까우면서 시설이 깔끔한 곳을 찾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A씨는 “서비스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비싼 가격 대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며 “산모 마사지 등 추가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면서 비용을 더 받으려 하는 느낌도 들어 불쾌했다”고 말했다.
출산 직후 산모와 아기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후조리원을 산모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용하지만, 비용이 평균 300만원에 육박해 부담을 느끼는 산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대비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 및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산모 10명 중 8명이 조리원 이용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모의 85.5%가 산후조리 장소로 조리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조리 실태조사는 관련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처음 실시됐다. 세 번째 시행인 이번 조사는 2023년 출산한 산모 중 지역·연령을 고려해 선정한 322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이뤄졌다.
조사 결과, 산모가 산후조리하는 기간은 평균 30.7일이었는데, 이중 조리원을 이용하는 평균 기간은 12.6일이었다. 산후조리 장소를 묻는 문항(중복응답 가능)에는 산후조리원을 택한 응답자가 85.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본인 집(84.2%), 친정(11.2%), 시가(1%) 순이었다.
산후조리 비용으로는 조리원에서 평균 286만5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조사 때 243만1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43만4000원 증가한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증가폭이 컸다. 집(본인·친정·시가)에서 지출한 산후조리 비용도 3년 전 조사에서는 81만5000원이었으나, 이번엔 125만5000원으로 크게 뛰었다.
산후조리 비용이 해마다 오르는 만큼 산모들이 필요로 하는 정부 정책으로도 ‘산후조리 경비 지원’(60.1%)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확대(37.4%), 산모의 출산휴가 기간 확대(25.9%) 등의 선택지를 모두 제치고 경비지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출산 직후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2년부터 ‘첫만남이용권’이란 이름으로 아이 1명당 2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흥·사행업종 등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지만, 산후조리원 비용으로 많이 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첫만남이용권을 산후조리원에서 사용했다는 응답이 48.4%로, 육아용품(15.5%), 의료비(14.6%), 식·음료비(13.7%) 등을 앞질렀다. 정부가 지난해 첫만남이용권 금액을 둘째 아이부터 300만원으로 늘렸지만, 조리원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지원금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후조리원 가격은 비싸지고 있지만, 비용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평가·관리하는 제도는 없다. 정부의 산후조리원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업계의 반발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조리원의 서비스가 안전·위생 등 기준을 충족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꽤 이뤄진 상태라 조만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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