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부동산 업자' 출신 트럼프, ‘가자지구 인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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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중동 국가들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마스를 포함함 팔레스타인 측이 극렬히 저항하면서 중동의 긴장만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두 국가 해법’을 광범위하게 지지해왔는데, 이 틀이 완전히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나라를 건설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게 골자다. 물론 팔레스타인 국가의 법적 지위, 영토 경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지만, 별도 국가 건설을 통한 평화적 공존이라는 기본 전제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날 내놓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와 미국의 '가자지구 소유' 구상은 이 같은 합의를 송두리째 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주권 인정도 검토 중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지도상에서 지우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하마스 역시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리 대변인은 “가자지구를 지배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터무니없다”며 “이 지역에 혼란과 긴장을 초래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우리 국민은 이러한 계획이 통과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점령과 침략을 끝내는 것이지, 자신들의 땅에서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중동 주요국들은 트럼프의 구상을 두고 "사실상 무력 침공과 다름없다"는 풀이를 내놨다. 이주 대상으로 지목된 가자지구 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75만명이 강제 이주 당한 ‘나크바’(대재앙)를 떠올리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의 구상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속속 제기된다. 180만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요르단 등 주변국들이 수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요르단의 경우 과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왕가 축출과 국왕 암살 등에 나선 역사가 있다. 레바논 내전도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가자지구에 미군이 주둔할 경우 미국이 중동 분쟁에 말려드는 화약고가 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칼레드 엘긴디 조지타운대 방문 연구원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며 “지정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건지, 가자지구를 거대한 해안 개발 프로젝트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구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당장 직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휴전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가 강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역시 그에 보조를 맞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복원을 실마리로 한 중동 평화 구축 방안은 장기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가 중동 갈등을 뉴욕 부동산 개발 업자의 시각에서 본다”(CNN)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일하게 트럼프의 제안을 환영하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뒤 이를 이스라엘에 넘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를 바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방안을 진정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내각 소속 장관들 역시 “역사적인 아침”, “이스라엘 국민을 위한 신의 기적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 세상을 다시 위대하게(make the world great again)” 등의 트럼프 찬가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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