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찬욱 “영화 JSA, 감옥 갈 각오로 만들어”…퀴어영화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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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이병헌,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 [뉴시스]

“아직도 이 영화 내용이 젊은 세대한테 똑같은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슬픈 일이죠. 개봉 50주년 때는 옛날이야기처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열린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2000) 25주년 기념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영화감독 박찬욱(62)이 밝힌 소회다.

‘JSA’의 CJ ENM 비저너리 선정을 기념해 마련한 이 행사엔 박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58), 이병헌(55), 이영애(54), 김태우(54) 등 주연 배우가 “25년만에 완전체”(이영애)로 뭉쳤다(신하균은 개인 사정상 이날 불참했다). GV가 생중계된 4개관을 포함해 총 5개 상영관의 900여석 객석이 일반 관객과 영화에 참여한 배우 및 스태프 등으로 가득 찼다. 비저너리는 올해 콘텐트 사업 30주년을 맞은 CJ ENM이 한국 콘텐트 역사에 변곡점이 된 작품을 재조명한 것으로, 영화 부문에선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등도 포함됐다.

‘JSA’는 박상연 소설 『DMZ』를 토대로 한 박 감독의 3번째 장편영화로 분단 역사를 휴머니즘적으로 그려 전국 58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제작 당시 박 감독은 감옥까지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단다. “90년대 후반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가능한 법 조항(국가보안법)의 구속을 받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북한 군인과의 교류, 우정 소재가 고무·찬양 등의 조항에 걸릴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만들었다”고 했다.

박 감독에겐 ‘올드보이(2003)’에 앞서 전환점이 된 작품.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 ‘3인조’(1997)가 연달아 흥행 참패했던 그는 “3번째 기회마저 놓치면 유작이 될 거란 절박한 마음이었다”며 “절박한 사람은 저뿐만 아니었다. 이병헌 씨도 영화 하는 족족 실패했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JSA’를 “처음 ‘흥행배우 이병헌입니다’ 인사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영화”로 돌아봤다.

박 감독과 ‘박쥐’(2009), ‘복수는 나의 것’(2002) 등을 함께해온 송강호는 ‘JSA’로 처음 만났을 당시 출연을 한차례 고사하기도 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완벽해 제대로 구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이유다. 결국 박 감독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JSA’는 배우 생활하며 가장 그리워할 만한 첫 번째 화양연화(花樣年華)”라 돌아봤다.

참혹한 비극 이후 주인공들의 행복했던 과거를 한 컷의 판문점 사진에 담아낸 흑백 사진 엔딩은 할리우드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13년 “지난 20년간 가장 멋진 엔딩”에 꼽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서 박 감독은 다른 버전의 엔딩도 공개했다. 살아남은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오경필 중사(송강호)를 만나러 아프리카로 가는 장면이다. 박 감독은 남북한 병사의 우정을 넘은 동성애적 감성도 고려했지만,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JSA’를 21세기에 만들었다면 그럴 수도(퀴어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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