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류의 모든 것, 백과사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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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류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백과사전이 있다. 한류가 궁금하다면 인공지능(AI) 챗GPT나 딥시크가 아니라,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해 말 펴낸 ‘한류문화사전’(전 2권)을 권한다. 한국의 의식주부터 잘 나가는 K팝·드라마·영화·웹툰 등을 표제어 453개, 사진 800여장, 원고지 4600여매로 해설했다. 외국인 자문위원을 포함해 전문가 129명이 참여한 최초의 한류 전문 백과사전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도 잘 몰랐던 풍습과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편찬을 진두지휘한 백민영(43) 민속박물관 전문위원은 “코로나19 이후로 해외에서 사전 검색 접속이 확 늘었다”며 “민속박물관이 왜 한류사전을 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류 콘텐트 속 우리 일상이 곧 21세기 한국 민속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고 서울역사박물관을 거친 그는 2011년 민속박물관에 사전 전담으로 입사했다. 고고학·역사학·인류학 등 다양한 전공을 지닌 사전팀(6명)을 이끌고 있다.
실물사전은 공공기관용으로 한정 배포되지만 웹에서 무료 PDF를 내려받을 수 있다. 오는 5월부턴 웹 검색서비스에도 반영돼 표제어를 치면 바로 항목으로 연결된다. 연내 영어 번역본에 이어 중국어·스페인어도 나온다. 2010년 도입돼 2016년부터 본격화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웹 검색서비스는 2022년부터 연 300만 조회를 넘어섰다.
한류문화사전은 같은 표제어라도 기존 풍속 사전과 달리 대중문화와 긴밀한 연관 속에 해설한다. 예컨대 ‘도깨비’의 경우 기존 사전은 ‘도깨비씨름’ ‘도깨비감투’ 같은 설화와 연관하거나 무속신앙으로서 ‘도깨비굿’이나 마을의례인 ‘도깨비제’를 빌어 설명한다. 반면 한류문화사전은 판타지로맨스물 ‘도깨비’(2016)를 별도로 다룬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나 삼신할머니 같은 존재를 원귀·환생과 엮으면서 한국문화의 뿌리를 소개하는 식이다.
백 전문위원은 “영화 ‘기생충’(2019)과 연관해 반지하 주택과 짜장라면(짜파구리) 등을 언급하고, 별도 표제어를 통해 이들이 현대 한국인의 주·식생활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대와 민속이 만나는데, 전체 표제어 중 30%가 대중문화 소재”라고 소개했다.
표제어 선정은 박물관 사전편찬팀뿐 아니라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 셰프 등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했다. 453개 중 절반가량이 음식 관련 표제어다. 요리 외에 ‘밥 한번 먹자’의 의미와 ‘먹방’ 같은 신조어도 소개된다. “외국인들은 불판·주방가위 등 조리 도구의 배경이나 ‘싱겁다’ ‘매운맛’ 같은 표현·정서에도 관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대중문화 콘텐트는 국내외 흥행과 해외 수상, 빌보드 차트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고문헌 등 사료를 바탕으로 하는 민속 사전과 달리 대중문화는 정립된 연구 성과가 없어 ‘사전’으로 체계화하기 쉽지 않다. ‘웹툰’의 발전과 관련해서도 국내 양대 플랫폼(네이버·카카오)이 ‘서비스의 혁신’을 두고 서로 성과를 내세우는 바람에 원고를 여러 번 검토·수정했다고 한다. 백 전문위원은 “이번에 대중문화 데이터도 쌓았으니 앞으로도 촘촘하게 전문사전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유물과 디지털아카이브 약 100만건을 활용한 웹 사전에선 생생한 이미지와 영상자료를 만날 수 있으니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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