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 한돈에 60만원…트럼프 "관세" 외치자, 하루만에 5%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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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전시된 금 상품.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A씨(42)는 최근 돌 반지 없는 셋째 아들의 돌 잔치를 열었다. 국제 금값이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순금 한 돈(3.75g) 돌 반지 가격이 60만 원대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A씨는 “1월에 미리 사둘지 고민했는데 2월에 더 올랐다”며 “지금은 오히려 첫째와 둘째 돌 반지를 팔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금값 부담이 커지면서 1g 미니 금반지와 금수저, 0.2g 골드바를 끼워 넣은 종이 돌 반지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4만782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종가(14만1350원) 대비 6470원(4.58%)이나 올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상승 폭으로 보면 역대 네 번째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5일과 비교하면 8만7050원에서 69.8%나 급등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 한 돈을 살 때 가격도 5일 기준 56만6000원으로 올해 들어 7% 넘게 상승했다. 세공비·부가세 등을 더하면 소비자 가격은 60만원을 넘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거래대금은 188억3637만원으로 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 일일 금 거래대금이 1000억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ㆍ중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오르면서 금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물가가 치솟고 경기는 침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포렉스 라이브(Forex Live)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 시간)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 당 2845.48달러(약 414만 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 선물 가격도 치솟았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날보다 0.7% 상승한 2875.8달러로 고점을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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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 가격은 2023년 10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5%까지 오른 때다. 미국 금리가 높으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금 가격은 약세이기 마련인데, 이 공식이 깨졌다. 그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각화 차원에서 금을 매입해온 것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서방국가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하면서 미 달러화 체제에 불안을 느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세계금위원회(WGC)가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곳 중 3곳(29%)은 향후 12개월 내 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2019년 8%에서 크게 상승했다. 금속정보업체 키트코 메탈스의 짐 와코프 수석 시장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 불확실성 초래,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금값은 올해 온스당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금값이 오르더라도 상승 폭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만큼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것도 금값을 진정시키는 요인이다. 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분산하는 자산이지만, 금리가 너무 높으면 금의 투자 매력은 줄어든다. 미 경제가 연착륙하면서 다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해지면서 주식ㆍ가상자산 등으로 투자가 분산될 여지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면 금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며 “다만 상승 폭은 한계가 있는 만큼 금 보유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기보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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