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의 한 장면.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을 생중계한 미 ABC방송국 스포츠팀의 실화를 긴박하게 그려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독일 뮌헨 올림픽이 종반부로 치닫던 1972년 9월 5일. 각국 선수단이 묵고 있는 선수촌에 총성이 울린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삼은 테러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투옥된 팔레스타인 포로 200여명의 석방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당시 TV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5일 개봉한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팀 펠바움 감독)은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이 사건을 갑자기 중계하게 된 미 ABC 방송국 스포츠팀의 이야기다. 비극으로 끝난 뮌헨 올림픽 테러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테러 현장을 전세계 9억명의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방송 제작진의 이야기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영화는 그 이면을 제작진의 시선에서 긴박하게 그려낸다. '뮌헨'(200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 이 사건을 다룬 이전 작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뮌헨 현지에 파견 나간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주로 방송 조정실과 사무실에서 일하며, 올림픽의 감동적 순간을 포착해 방송으로 내보내는데 여념이 없다. 갑자기 선수촌에서 울려 퍼진 총성은 이들의 업무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스포츠팀의 업무 공간은 총성이 난 선수촌 단지로부터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다. 제작진은 사건 보도에 익숙치 않지만, 사건 냄새를 맡자마자 저널리스트의 본능대로 몸이 먼저 움직인다. 스튜디오용 카메라를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 옮겨 놓고, 선수로 가장한 스태프가 경찰 통제를 뚫고 필름을 몰래 운반한다.

제프(존 마가로), 룬(피터 사스가드), 마빈(벤 채플린) 등은 현장에 나가 있는 카메라들을 제어하며 생중계에 몰두한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독일인 통역사가 전해주는 현지 매체 뉴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의 한 장면.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을 생중계한 미 ABC방송국 스포츠팀의 실화를 긴박하게 그려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수도 없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보도 준칙도 없었던 당시, 시청률과 언론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들의 고민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각자의 윤리적 판단 기준이 맞부딪히기도 한다.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은 특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테러 현장을 어디까지 생중계로 내보내야 하는지, 납치범들이 지켜보는 생중계가 사태 해결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등의 문제도 이들의 고뇌를 더욱 깊게 만든다.

당시 원본 영상을 적절히 배치한 영화는 테러 사건이 아닌, 생중계 자체에 집중한다. 테러 현장을 거의 드러내지 않기에 관객의 상상과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 동안의 긴박한 과정이 대부분 방송 조정실과 사무실에서 펼쳐진다. 정보가 제한된 닫힌 공간에 있는 인물들이 느끼는 긴장과 피로, 갈등과 고뇌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은 무엇인가. 적절한 보도의 기준은 뭔가. 50여년 전 사건을 통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생방송을 할 수 있고 SNS가 삶의 중심이 돼버린 요즘 세상에서 더욱 묵직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 속 제작진이 마주한 문제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팀 펠바움 감독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어디서든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그들이 시간을 거슬러 비극이 처음으로 생중계된 순간을 목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숀 펜이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