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52시간 예외’ 뒤로 밀렸다…빛바랜 이재명 반도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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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6일 반도체특별법(이하 반도체법)의 단계적 처리 방침을 확정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 이견이 없는 국가적 지원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여야뿐 아니라 노사 간 이견이 있는 노동시간 적용 예외 문제는 별도로 논의를 지속해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진 의장은 ‘주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이 “기업이 마음대로 노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하는 얘기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낸 특별 연장근로 절충안에 대해서도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커 노동계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과감하게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고 말하면서 여당과의 협상에 파란불이 켜진 듯했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내 정책토론회에서도 노동 조건 악화를 우려하는 참석자들에게 “구더기 생길까 봐 장을 담그지 말자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며 “그건 다른 방법으로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이 대표가 반도체법을 계기로 기업 친화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노동계를 의식한 당내 반발을 넘지 못했다.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불만과 반대를 다 잠재우고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관련 상임위 간사들도 금방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에도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법과 관련해 “언론에서도 양쪽으로 깨지고 있다”는 등 고충도 토로했다. 그러자 5선의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에서 민주당은 항상 노동자의 편이었다”며 “실용도 아니고 퇴행”이라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향후 민주당은 “특례조항을 별도로 계속 논의하겠다”지만, 반도체법은 결국 상임위 단계에서 공전할 공산이 커졌다. 진 의장은 “(주 52시간 예외를 뺀 반도체법에 대해) 이른 시간 내 처리가 안 된다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시한 내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의장은 이날 “법정 정년 연장” 문제를 들고 나왔다. 간담회에서 “최근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법정 정년의 연장을 논의하는 문제도 이제 시작할 때가 됐다”며 “현행 정년 제도를 고수하면 정년퇴임과 연금 수령 시기 사이에 5년여의 공백을 메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민주당의 주 52시간 지속 방침에 대해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반도체법에서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빼고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이재명식 보여주기 쇼에 국민이 또 당했다”며 “리더십이 흔들리는 건지, 허언증인지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주 52시간 예외 적용 관련 조항이 빠진 반도체특별법 처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주 52시간과 관련된 내용 없이 통과되는 반도체특별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특별법에 특별한 내용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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