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원? 요원? 인원?…尹∙곽종근 '끄집어내라' 목적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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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에서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이 누구인지 목적어를 놓고 6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의원’이냐, ‘요원’이냐, ‘인원’이냐는 등 정확한 단어 표현을 놓고 다퉜다. 단어의 뉘앙스 차이만으로 내란 혐의의 핵심인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탄핵심판은 물론 향후 본격화될 형사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탄핵심판 6차 변론의 증인으로 나선 곽 전 사령관이 먼저 “윤 대통령으로부터 12월 4일 0시30분쯤 비화폰으로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상은) 정확히 국회의원이 맞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당시 국회 본관 안쪽으로는 우리 작전 요원들이 안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 문제로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고 할 때 대상은 의원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4차 변론에서 “의원이 아닌 요원들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걸 면전에서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곽 전 사령관 증언에서 표현의 허점을 물고 늘어졌다.
곽종근 “의결정족수 언급해 의원으로 이해” 윤 “탄핵공작”
“오늘 들으니 제가 ‘의원’이란 단어를 쓴 게 아니고 자기가 의원으로 이해했다는 것이고, 실제론 ‘인원’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저는 사람을 사람이라고 하지 인원이란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백번을 양보해 본회의장에 있는 150여 명의 의원을 모두 끄집어내라고 했다면 사령관으로서 ‘이건 불가능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상식 밖의 얘기”라고도 했다.
그러자 정형식 헌법재판관도 직접 신문에 나서 곽 전 사령관에게 “반대신문에서 증인의 말이 달라진다. 처음에 사람이라고 했다가, 의원이라고 했다가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서와 윤 대통령 공소장에서 곽 전 사령관이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란 지시를 받았다고 표현한 걸 문제삼은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정 재판관이 “피청구인이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나,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나”라고 재차 확인하자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답했다.
정형식 “곽, 신문마다 말 달라” 신빙성 지적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 공소장 등에 윤 대통령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도끼는 제 기억에 없다. 분명히 지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님과 김용현 전 장관 지시를 참모들과 현장 지휘관과 논의하는 과정이 그대로 써진 것인데, 여러 상황이 혼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곽 전 사령관이 휘하 지휘관에게 “전기라도 차단하는 방법은 없겠느냐” “테이저건으로 되겠느냐”고 말한 것도 윤 대통령 지시가 아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군 병력을 이동시킨 점도 시인했다. “계엄 담화 발표 전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특수단 2개 지역대로 90~100명을 헬기로 국회로 보내라’고 지시를 받은 것이 맞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네. 실제 규모로 딱 찍어서 헬기로 이동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오늘과 그저께(5차 변론) 상황을 보니까 지난해 12월 6일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작과 12월 6일 곽 전 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치소가 어두워서 조서를 읽을 수도 없지만, ‘12월 6일부터 (공작이) 시작됐구나’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싹 잡아들여”란 윤 대통령 지시를 증언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명단을 적은 ‘메모’를 12월 6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것을 문제삼은 데 이어서다.
이날 곽 전 사령관에 대해선 계엄 직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인 ‘김병주TV’에 출연해 국회 병력 투입 및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한 사실을 주장한 걸 문제로 지목했다. 또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튿날 국회 국방위에서 곧바로 윤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한 것도 의문을 제기했다.
계엄군의 국회 활동과 관련해선 이날 오전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의 증인 신문에서도 증언이 나왔다. 곽 전 사령관 휘하에서 국회 봉쇄를 위해 투입된 병력을 현장 지휘했던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이 강한 어조가 아니고 부드럽게 약간 사정하는 느낌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의 지시에 ‘국회의원’이나 ‘끌어내라’는 단어는 없었고 (지시가) 있었다 한들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봉쇄는 테러리스트 등 적대적 위협 세력의 국회 진입 방어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실탄 무장을 안 했다”며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것은 “시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707단장 “당시에 끌어내라는 지시 없었다”
김 단장의 이 같은 증언은 계엄 해제 닷새 뒤인 12월 9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 기자회견 때와 말이 다소 달라진 것이다. 김 단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가 확인한 바로는 김용현 전 장관이 (특전사) 지휘통제실로 ‘야 빨리 들어가서 국회의원 끌어내라’고 하자 곽 사령관이 저한테도 ‘국회의원 끌어내라는데 가능하겠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이어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자 곽 사령관이 ‘알겠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었다. 당시엔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는데 150명 넘으면 안 된단다. 들어가 끌어낼 수 있겠냐”는 뉘앙스였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변론엔 계엄 선포 배경에 민주당발(發) 국정 마비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 측 신청 증인인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국정 마비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는 국회 측 질문에 “이어지는 줄탄핵, 재정 부담이 되는 여러 일방적인 입법 시도, 예산 일방 삭감 등이 종합적으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국회 측이 “경제전문가인 박 수석의 인식이 윤 대통령 인식과 비슷하다”고 하자 박 수석은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맞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증인 신문까지는 모두 심판정에서 지켜봤지만 박 수석 차례부터는 컨디션 문제로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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