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창용 “환율 상승기 금리 인하는 불난 데 기름 붓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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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환율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통상ㆍ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달러당 원화값도 출렁이고 있어서다. 경기 하강 우려는 여전한데 1월에 이어 이번에도 고환율에 발목 잡혀 금리를 못 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2월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고,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원화 가치가 매우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라면 (금리를 내려) 불난 데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겠지만,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월 들어서도 달러당 원화값 평균이 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계감을 늦출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동결을 택한 주된 배경이 고환율이었다. 이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환율 수준의 영향을 작게 봤지만, 지금은 (정치 리스크 등으로) 환율이 필요 이상 올라갔기 때문에, 그 높아진 환율이 물가와 특히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1월 13일 장 마감 기준 1470대까지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심화한 상황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면서 2거래일 연속 1460원대까지 급락했다가 이후 3거래일간 1440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지난달 금통위원 6명 전원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통화정책 예고)를 내놓은 건 외환시장 안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일 뿐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마냥 금리 인하를 미루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 부양의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15~20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까지 2월 인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환율 변동성을 줄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구두 개입에 가깝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재차 1500원을 위협하고, 추경 가시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세 지연 등이 이뤄질 경우 2월 인하 기대는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2월 인하가 80% 이상으로 우세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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