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악 관세 태풍' 덮치나…트럼프, 韓수출 1∙2위 차∙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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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해 대미 수출액 1278억 달러의 35.4%(453억 달러)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 1, 2위 품목이다. ‘관세 도미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그간 관세 면제를 받아 온 주요 철강 수출국에도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지난 4일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의 개막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전쟁이 본격화·다면화하는 양상이다. 그는 이번 관세를 두고 “많은 관세 중 첫 번째”라며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는데, 한국은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 물량을 연간 263만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조건으로 무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날 공개한 포고문에서 한국·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일본·영국 등 그동안 철강 관세 예외를 적용받았던 국가들을 열거하며 이들과의 기존 합의를 폐기한다고 밝혔다. “2022~2024년 미국의 (철강) 수요는 610만t 감소했지만 한국·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쿼터제 대상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양은 약 150만t 증가했다”며 기존 합의가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백악관은 중국의 철강 덤핑 공세에 대응해 미국 철강 산업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 밀어내기로 인한 피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을 막겠다는 의지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별도 협상 등을 통한 상황 변경이 없는 한 당장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 수출용 철강은 관세 25%를 적용받는다. 이럴 경우 수출할수록 손해라 사실상 대미 수출길이 막힌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수출 물량을 유럽이나 남미 등으로 분산해 충격을 완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현지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미국으로 수입된 한국산 철강을 납품받아 현지 제품을 생산하는데, 관세가 붙으면 제조원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1대 생산에는 철강 1t, 알루미늄 250㎏이 필요하다.

트럼프, 호주 철강엔 관세면제 검토…“미국 흑자 감안”

포스코·현대제철은 미국 앨라배마·조지아주에 위치한 현지 공장에서 한국산 차량용 강판 소재를 재가공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공장에 납품해 왔다. 이 규모만 연간 약 60만 대 분이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에 가전공장을 확대했던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들은 미국 현지 철강 업체의 강판을 구매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해 참가해 봤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보여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정상 간 통화를 통해 ‘관세에 예외는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예외 약속를 받아냈다.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이익을 위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고려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는 우리가 몇 안 되는 무역흑자를 내는 곳이다. 그들이 비행기를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라며 “나는 그 점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호주로부터 179억 달러(약 26조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철강 무관세 쿼터를 얻어낸 것처럼 미국과 서둘러 양자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세 실제 부과 시점을 다음 달로 잡은 것은 양자협상의 여지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그간 준비한 조치 계획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며 “우리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대미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 기업에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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