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인질 석방 안 하면 전쟁"…가자지구 다시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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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인수' 구상으로 반목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다. 양측이 서로 합의 위반을 주장하고 있어 휴전안이 발효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가자지구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토요일(15일)까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을 끝내고 전투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안보내각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전투 준비태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즉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막았다"며 15일로 예정했던 인질 석방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이 열릴 것", "휴전을 취소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하마스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는 양측이 반드시 존중해야 할 합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것이 (이스라엘인) 포로들을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후티 "휴전 취소되면 이스라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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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후티 병사들이 예멘 수도 사나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도 자극하고 있다. 가자 휴전과 시리아 독재 정권 축출 등으로 위세가 약해졌던 이들이 다시 집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이날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예멘의 후티 반군은 가자 전투가 재개되면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후티 수장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의 손은 방아쇠 위에 있고 이스라엘 적군이 가자지구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재개할 경우 우리도 그들에게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휴전 합의로 잠시 안정을 찾았던 홍해 항로도 다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후티는 지난 2023년 가자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홍해를 지나는 외국 선박들을 공격했다. 이 일대는 세계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데,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선박들이 우회하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하는 등 피해도 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을 두고 주변국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주 지역으로 지목한 요르단은 원조 중단 압박에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가자지구의 아픈 어린이 200명을 요르단으로 데려오겠다"고 밝혔고, 이에 트럼프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치켜세웠다.

가지 주민의 이주지로 거론되는 이집트는 "종합적인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구상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의 땅에 머물 수 있도록 명확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보장한다"며 "이들의 합법적인 권리에 부합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튀르키예도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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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실 밖에서 시위대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즉각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휴전 논의가 중단되며 이스라엘 내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금까지 석방된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신체 상태가 매우 피폐했다고 밝혔다. 자칫 또 다른 희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인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에 휴전 협정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휴전에 반대해온 극우 세력은 전쟁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전쟁이 재개되면 가자의 물과 전기, 인도적 지원을 끊고 그곳에 있는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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