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늘이 못 지킨 학교…'고위험군 교사' 관리·귀가 지도·보안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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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양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대전 초등생 살인 사건으로 '안전한 학교'라는 신화가 무너지면서 방치했던 위험요소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교육계에선 고위험군 정신질환 교원에 대한 관리 강화, 귀가 안전 등 보안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진다. 학부모 사이에선 학교 내 CCTV의 설치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① 제때 조치 못하고 ‘폭탄교사 돌리기’만

경찰에 따르면 김하늘(7) 양을 살해한 교사는 범행 닷새 전인 5일 학교 컴퓨터를 부수고 6일에는 동료 교사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 학교의 보고를 받은 교육지원청이 조사를 벌였지만 '분리 권고'를 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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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선 “위험 징후가 역력한 교사도 교장이 강제로 일을 못하게 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이 자체 규정으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신병력 교사의 직무 직권면직·휴직 등을 조치할 순 있지만, 실제론 심의 건수가 수년간 한 건도 없는 곳이 많다.

“교육청의 소극적 행태로 소위 ‘폭탄 교사’ 떠넘기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서울교사노조·11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도청당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쫓아온다’며 수업을 거부하던 교사가 수년간 이상행동을 보였는데도 학부모 민원이 접수된 후에야 교육청이 징계했다”고 전했다.

교사 출신의 전수민 변호사는 “교사 징계 양정 중 해임, 파면 등이 아닌 즉각 분리가 가능한 조치를 법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해, 타해 가능성이 있는 교원이 업무에 복귀할 땐 직무 수행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신 건강을 파악하는 제도도 부재한 상황이다. 2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시행하나, 신체검사 위주이며 결과를 학교에 제출할 의무도 없다. 마음 건강과 관련해서는 교사 임용시험 때 치르게 되는 인·적성 검사가 전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9468명, 불안 장애로 작년에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7335명이었다.

②교문 나설 때까지 홀로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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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호자의 손을 잡고 하교하는 학생. 뉴스1

사건 이후 학부모들은 “학생 귀가와 관련해 촘촘한 규정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교육부는 늘봄 또는 돌봄교실 후 귀가하는 학생이 보호자 또는 보호자가 정한 성인 대리자와 동행 귀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귀가 시간이 학생마다 달라 부모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자율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김양이 다니던 대전 서구의 A 초교도 자율 귀가 체제였다. 또한 보호자가 어디서 학생을 인계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학생을 인계했는지 학교가 확인하거나 관리하는 절차 등 세부 규정이 없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돌봄교실에 가야 할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와 지나가던 시민이 아이를 다시 학교에 데려다준 적도 있다”라며 “학교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는 시간 맞춰 정문 앞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 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학교마다 1~2명의 학교보안관·배움터지킴이가 있으나 대부분 고령자로, 무기계약직 또는 자원봉사 형태로 주간에만 상주한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학교보안관은 대부분 오후 4시 전에 퇴근해, 이후 귀가하는 돌봄교실 아이들에 대한 보호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③넓은 학교에 CCTV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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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경찰 형사기동대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 사이에선 교내 CCTV 설치 등으로 보안을 강화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11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초등학교 교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사전 찬성 인원 100명을 채웠다.

다만 교사·학생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CCTV 설치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직무를 보호하면서 안전 취약 지대인 학교 내 운동장·복도 등엔 CCTV를 확대 설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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