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력 수출품 모두 관세 사정권인데 대통령 공백에 헛도는 정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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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가진 지난 7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방위비 인상 언급을 사전에 방어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워싱턴DC 백악관 에서 회담을 앞두고 손을 잡고 미소 짓는 두 정상. [AP=연합뉴스]
동맹국도 예외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 속에 한국의 정상 외교는 ‘실종’ 상태다. 즉각 대응에 나선 일본ㆍ호주ㆍ영국ㆍ유럽연합(EU) 등과 대조되는 현실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12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관세 피해 우려 기업 지원과 수출 품목ㆍ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 ‘관세 면제 또는 협상을 요청하겠다’ 식의 적극적인 대응책은 없었다.
전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도 최 대행은 “그간 준비한 조치 계획에 따라 대응”하고 “일본ㆍEU 등과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수준의 답만 했다.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밝혔지만 역시 구체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한국도 겨냥하고 있지만, 탄핵 심판으로 대통령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즉각적인 대응 조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성사가 안 됐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부를 통해 (백악관 측에) 오퍼를 넣어놓은 상태이며, 그쪽(미국)의 사정에 따라 연락이 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이 먼저 20대 그룹 CEO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등 트럼프 정부와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정부 측은 고위급 인사의 방미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오는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안보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예정된 대면 회담이 트럼프 정부와 첫 공식 만남이 될 전망이다.
이마저도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양자 회담인 만큼 밀도 있는 협의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부재와 혹시 모를 조기 대선 가능성 등으로 권한대행 체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ㆍ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한국의 정상 외교가 사실상 멈춘 것과 반대로 일본ㆍ호주 등 다른 국가는 정상 외교를 축으로 분주하게 대응하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12일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일본을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내용과 영향을 정밀하게 조사해 조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설득하는 등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첫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도 한국 정부의 그간 대처와 비교된다. 미ㆍ일 정상회담에 대해 이시바 총리의 ‘아부 외교’라는 냉소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와 함께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주의 대응도 빨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양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 면제를 고려하기로 동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호주를 향해 “우리가 무역 흑자를 보는 데다 미국산 항공기를 많이 구매한다”면서 관세 면제를 시사했다.
한 외교ㆍ통상 전문가는 “한국 정부의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대한 대응 전략은 ‘최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만을 타깃으로 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았는데 먼저 협상하자고 나서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추가 조치가 남아있는 만큼 이를 한데 모아 ‘패키지딜’로 협상하는 것이 더 실리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ㆍ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다 상호관세 부과의 불씨도 살아 있어 관련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장 미국에 협상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을 지금 시점에서 미국에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민간 경제사절단에 정부를 대표할 만한 고위 인사를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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