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천정부지 치솟는데…12년째 안 사는 한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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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포모(Fear of missing outㆍ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심리에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값이 크게 오를 때마다 관심을 받는 게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다. 일각에선 한은이 투자 수익 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8월 한 카페에서 ‘골드바 케이크’를 구매하며 “드디어 금을 샀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12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중앙은행 중 38위다. 2013년 말 32위였는데 카타르·헝가리 등 신흥국이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면서 6계단 밀려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하면 40위다.

하지만 한은은 여전히 금 매입에 소극적이다. 우선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율 방어 등에 써야 할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는 시기라서다. 올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00억1000만 달러(약 596조원)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를 겨우 지켰다. 주재현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보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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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금은 채권·주식보다 유동성이나 환금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다. 금을 한번 샀다가 필요에 따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용, 거래 상대 탐색 등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미다. 금을 대규모로 팔아야 하는 중앙은행은 더더욱 그렇다.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고 보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장기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수익률이 주가를 뛰어넘는 것도 아니다. 2010년 말 영국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된 금 현물 가격은 1온스당 1421달러였다. 지난해 말(2625달러) 기준 수익률은 84.6%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367.7% 상승했다. 금의 4배 이상이다. 최근 2년(2023~2024년) 기준으로도 금 가격은 43.9%, S&P 주가는 53.2% 올랐다. 한은 외화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014년 말 6.2%에서 2023년 말 10.9%로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 매입을 늘리고 있지만, 주로 미국과 껄끄러운 국가들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5년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 금 매입 상위 국가 중앙은행은 중국·러시아·터키와 일부 동유럽 국가다. 한국과 달리 미국 달러화 체제에 불안을 느껴 의존도를 낮추고 싶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나라들이다. 또 최근 금 매입을 늘린 나라 중에는 필리핀·카자흐스탄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을 중앙은행이 전량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곳도 포함돼 있다.

한편 금값은 당분간 고공 행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0g 골드바의 1g당 가격은 15만7100원으로 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kg 골드바의 일일 금 거래대금은 지난 5일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후 이날 100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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