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정갈등, 항상 정부가 백지화해야 끝나”vs“정부 신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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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을 맞았다. 뉴시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만 가지고 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추계위에서 합의를 해도 또 누군가 뒤집을 수 있다면 못 믿게 된다.”(최창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정부-의료계 참여 의료개혁 토론회

12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정부와 의사 측 참석자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두고 각각 내놓은 발언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갈등을 해소할 단초로 꼽히는 추계위의 역할 설정을 두고도 양측은 각기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오는 14일 국회에서 추계위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가 예정돼있는데, 추계위의 위원 구성과 권한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정경실 단장은 “추계 결과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전문가 외에도 의료 이용자나 국민들도 의견을 내고,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창민 위원장은 “추계위에서 합의를 해도 또 (상위 기구로) 올라가서 누가 뒤집으면 끝나는 거 아니냐 하는 우려가 (의료계에) 있다”며 “의료개혁 로드맵 등의 (정부 정책도) 좋은 말이긴 하지만, 그런 게 안 지켜진다는 걸 많이 봐왔다”고 정부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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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의료 개혁 동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양측은 의정 갈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인식을 보였다. 정 단장은 “(과거)전공의 파업 등의 상황에서 항상 결론은 정부가 ‘전면 백지화’ 했을 때 해결이 됐다”며 “서로 간 간극을 메우고 타협하고 조정해서 합의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위원장은 “나를 비롯한 현재 과장급 교수들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추진한 정책 때문에 본 피해를 되돌리려 했던 사람들이고, 지금 전공의들은 2020년 공공의대 사태 때 의대생이었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보건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잘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료개혁 정책 발표 이후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의 대응이 절차상 얼마나 정당했느냐는 질문에 ‘모두 정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20.6%에 불과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의사들의 대응이 정당했느냐는 질문에 ‘모두 정당하다’고 답한 비율도 12.8%에 그쳤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보건의료 정책은 환자들에게 생존의 문제인데, 대다수는 논의 과정에서 소외당한다고 느낀다”며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이 부족해 막을 수 있었던 갈등을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한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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