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충성심 증명 자리 아니다"…문형배, 감사원장 탄핵심판 증인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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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감사원 간부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질책을 들었다. 증인이 재판장 중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발언을 이어가자 문 권한대행이 “여기가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꾸짖으면서다.

감사원 간부들, 국회 측과 수차례 충돌 

12일 헌법재판소는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사건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기일에는 김태우 전 기획조정실 기획담당관, 김숙동 특별조사국장 등 국회 측이 신청한 감사원 간부 2명이 증언대에 섰다.

두 사람은 모두 국회 측 신청 증인이었으나, 모두 최 감사원장 측에 유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김숙동 국장은 주신문 초반부터 “질문 취지가 의심스럽다” “직전 답변을 이해하셨으면 이 질문엔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재차 국회 측의 질문을 공격했다.

김 국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대해 답변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확보한 내용을 왜곡, 은폐, 조작한 사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국회 측은 “증인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기재해 와서 읽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문 권한대행은 증인이 준비해온 자료를 제출받은 뒤 “(보고 읽지 말고) 듣고 하라. 기억이 안 나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라”며 중재했다. 그러나 김 국장과 국회 측 사이의 갈등은 계속됐다. 국회 측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022년 6월 16일 오전 6시에 간부회의를 소집한 것을 알고 있나”라고 질문하자 김숙동 국장은 “총장이 모든 걸 결정했다는 건 맞지 않는다”며 약 1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발언을 제지하고 “6시에 지시한 사실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것을 물었는데 왜 다른 이야기를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이 “그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자 문 대행은 “재판 진행은 제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답을 하시라고 권고를 하면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며 “여기가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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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감사원, 그렇게 계산적으로 일하지 않아" 

이 밖에도 김숙동 국장과 변호인 사이에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 “제가 설명을 드린다고 하지 않나” “저한테 질문을 하지 마시든지, 질문을 해 놓고 답변을 하지 말라고 하면 되나”라는 등 수차례 고성이 오갔다. 김 국장은 “감사원이 그렇게 계산적으로 일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김숙동 국장에 앞서 증인으로 나선 김태우 국장 역시 최 감사원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국회 측은 2023년 7월 개정된 감사원 훈령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앞서 국회 측은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한 훈령 개정을 들어 “스스로 대통령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하고자 했다”며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김태우 국장은 “국정과제에 포함된 건 맞지만, 그 전에 저희가 청구권 부여를 검토한 바 있다”라며 “공익감사 청구 활성화를 위해 기조실 입장에서 연초부터 여러 아이템을 발굴해 나갔다. 그 아이템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또 “위법·부당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누가 감사청구를 했는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국회 측 “표적 감사” , 최재해 측 “정당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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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누스1

이날 변론 말미에 직접 발언에 나선 최 감사원장은 “1989년부터 30년간 감사원에 재직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업무에 온 힘을 다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사유는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의 독립성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으며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속히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서 최 감사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하는 등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해 헌법·감사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탄핵소추됐다. 이밖에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대통령실 관저 이전·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태원 참사·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중앙 선거관리위원회 감사 위법 ▶법사위 자료 제출 요구 거부 등도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최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과 함께 같은 달 5일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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