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경수 “이대로는 대선 승리 장담 못해…당 떠난 이들 포용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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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갈등 해결을 공부하겠다”며 유럽으로 떠났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내놓은 키워드는 역시 ‘통합’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 소식에 놀라 미국행을 취소하고 12월 5일 급히 귀국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도 부유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정치적 리더십이 협력과 연대의 정치를 이끌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정당이 이를 뒷받침하는 나라”라며 “국민통합이란 협치가 가능한 정치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내 대항마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양극단으로 치닫는 국민들에게 내놓는 약속이자, 이 대표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김 전 지사는 “상처를 받고 당을 떠난 사람들까지 포용하고 통합하는 선거를 치러내지 못하면 (조기 대선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당을 이렇게 만든 극단과 배제의 논리를 거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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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장진영 기자
-민주당의 비상계엄 사태 수습 과정을 어떻게 봤나.
“탄핵 과정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정권을 맡겨도 되겠구나’하는 신뢰를 충분히 줬느냐 한다면 아쉬움이 있다. 민주당만 똘똘 뭉쳐 있다고 국민들이 ‘저 당이 유능하네’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민주당 자체도 포용과 통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이 극우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의 영향도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정치세력을 하나의 연대로 구축하려는 노력이 더디고 부족했다. 이미 국민들이 탄핵을 넘어 조기 대선에서 누굴 지지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조기 대선에 위기 의식을 느끼는 이유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 총선 공천 과정 등에서 당내에서 많은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지난 총선에서 4%포인트 차도 안 나는 득표로 국민의힘과 의석수 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에서 맘이 떠난 이들이 조국혁신당 같은 새로운 정당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은 전혀 다른 국면이다. 나가 있지만 민주당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안을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 민주당은 늘 (대선에서) 간신히 이겼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사과도 해야 한다. 떠났지만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또 유능한 인재들을 널리 구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다음 정부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선거 때 왕창 사람들 받아들인다고 신뢰가 형성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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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합'의 가치와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장진영 기자
그는 최근 2단계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대선과 동시에 계엄 과정에서 분출된 요구들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을 한 뒤 다음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본격적인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다.
-왜 2단계 개헌인가.
“탄핵이 인용된 후 조기 대선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모든 개헌 사항을 논의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고 합의도 어렵다. 그렇다고 ‘대선 때 공약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지금까지 한두 번 (개헌을) 공약했나. 이번 같은 계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개헌 사항들을 대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권을 ‘양치기 소년’처럼 보는 데, 최소한의 개헌을 해내면서 2단계 개헌을 약속하면 신뢰를 줄 수 있다.”
-최소한의 예를 든다면.
“대통령을 ‘국가 원수’라는 66조는 삭제하는 게 맞다. 유신헌법 때 만들어 대통령을 3권 위에 군림하는 사람처럼 규정한 조항이다. 비상계엄권을 규정한 77조도 삭제하고 전시, 준전시에 해당하는 대응 매뉴얼을 따로 만드는 게 낫다. 헌법 전문엔 5ㆍ18 광주 정신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5ㆍ18과, 12ㆍ12 때 내란죄를 처벌했던 역사를 상기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원하느냐가 개헌의 관건인데.
“이 대표도 개헌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워낙 강한 거 같다. 전반적인 개헌 사항을 다 논의하는 건 부담이겠지만 원포인트 개헌은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개헌을 위해 이번 계엄과 탄핵 과정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로도 탄핵 완수에도 도움이 된다. 각 당이 개헌을 두고 경쟁할 필요도 없어진다. 함께 2단계 개헌을 약속하면 개헌이 현실이 될 거라는 신뢰도 높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4년 중임제부터 논의하자고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부터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탄핵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으로 국민을 갈등의 소용돌이에 몰아 넣고 있으면서 개헌을 들고 나오면 누가 봐도 정략적으로 보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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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인 2008년 4월 경남 진해 봉하마을에 머물던 노무현 전 대통령 모습. 사진 왼쪽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오른쪽은 김경수 전 비서관. 사저 뒤 언덕에 장군차 묘목을 심고 함께 걸어내려오는 장면이다. 노무현사료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였던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위해 던졌던 개헌과 선거제 개편 시도가 좌절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2003년엔 중·대 선거구제 등 도입을 위한 선거제 개편을, 2006년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좌절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자신의 임기 1년 단축을 전제로 ‘대통령 4년 중임’과 ‘총선ㆍ대선 동시 실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내놨다. 그러나 야권은 임기 말 지지율 낮은 대통령의 국면 전환 카드 정도로 치부했다. 김 전 지사는 “노 대통령은 ‘내 살을 깎아서라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었다”고 기억했다.
김 전 지사는 “노 대통령 자신의 기록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가 ‘내 평생의 목표는 국민통합입니다’라는 말”이라며 “노 대통령을 통합의 아이콘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가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은 통합과 이를 위한 정치 개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과 양극화에서 시작한 갈등과 분열이 국가의 성장동력마저 끌어내리는 요즘, ‘노 대통령이었이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댓글 조작 혐의로 2021년 7월 지사직을 잃은 김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대선 도전 의사를 묻자 “출마 여부는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탄핵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과 야권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이라면 뭐라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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