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올라도 12년째 쳐다도 안본다, 한은 이유있는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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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포모(Fear of missing out·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심리에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한은이 투자 수익 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12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중앙은행 중 38위다. 2013년 말엔 32위였다.

하지만 한은은 여전히 금 매입에 소극적이다. 우선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율 방어 등에 써야 할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는 시기라서다. 올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00억1000만 달러(약 596조원)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를 겨우 지켰다. 주재현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보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은 채권·주식보다 유동성이나 환금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다. 금을 한번 샀다가 필요에 따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용, 거래 상대 탐색 등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미다. 금을 대규모로 팔아야 하는 중앙은행은 더더욱 그렇다.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고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장기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수익률이 주가를 뛰어넘는 것도 아니다. 2010년 말 영국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된 금 현물 가격은 1온스당 1421달러였다. 지난해 말(2625달러) 기준 수익률은 84.6%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367.7% 상승했다. 최근 2년(2023~2024년) 기준으로도 금 가격은 43.9%, S&P 주가는 53.2% 올랐다. 한은 외화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014년 말 6.2%에서 2023년 말 10.9%로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 매입을 늘리고 있지만, 주로 미국과 껄끄러운 국가들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5년간 금 매입 상위 국가 중앙은행은 중국·러시아·터키 등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달러화 체제에 불안을 느껴 의존도를 낮추고 싶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나라들이다.

한편 금값은 당분간 고공 행진할 거란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0g 골드바의 1g당 가격은 15만7100원으로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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