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 변하면 탄핵"…출범 두 달만에 사퇴압박, 서울대 총학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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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를 안건으로 열린 전체학생총회에 모여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한 서울대학교 제64대 총학생회장단(총학)이 출범 두 달 만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비운동권 총학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여하기로 한 학생총회 결정을 개인적인 이유로 뒤집었다거나, 지역 비하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발단이 됐다.

12일 오후 7시쯤 서울대 각 학부·학과 등 대표자 80여 명이 2025 상반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 모여 서울대 제64대 총학 ‘시그널(Signal)’ 사퇴 촉구안을 논의했다. 전학대회 대의원은 총 158명으로, 과반인 79명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안건이 가결되려면 회의에 참석한 인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촉구안이 가결돼도 학생 전체 투표로 선출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사퇴할 의무는 없다.

촉구안은 13일 오전 1시쯤 참석 대의원 83명 중 찬성 39명, 반대 30명, 기권 14명으로 부결됐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5시간 넘는 회의에서 “총학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다” “사퇴 촉구안은 사실상의 탄핵안”이라고 발언했다. 대표 발의자인 20학번 김씨는 중앙일보에 “(부결됐지만) 학생 사회에 논의의 장을 만들고,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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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쯤 서울대 전학대회가 열린 강당에서 학생들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서지원 기자

총학 사퇴 촉구안은 서울대 재학생 104명의 요청으로 지난달 12일 발의됐다. 김씨는 “총학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시그널은 대표자가 가져야 할 책임과 덕목을 모두 저버렸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이 있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대통령 퇴진 전국 대학생 총궐기대회’(지난해 12월 13일)에 참여하기로 한 학생총회 결정을 뒤집었다가, 재차 번복했다는 게 이유였다. 김 총학생회장이 총궐기대회 실무책임자로 인선된 한 재학생에게 불만을 가졌던 점 등이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 총학생회장은 올해 신년 인사에서 “불참 의사를 밝힌 주된 이유는 ‘안전’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해명”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12일 뒤 한 차례 더 사과했다.

김 총학생회장은 사퇴 촉구안에 관해 “부적절한, 잘못된 행동에 먼저 사과드리고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총궐기대회 참여를 결정하면서 개인적인 감정과 정치적인 이유에 기반해 발언을 남긴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였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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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하는 재학생 손에 윤석열 퇴진 요구 안건 비표가 들려 있다. 전체총학생회는 서울대 전체 학부생의 1/10인 약 2000명이 참석해야 성사된다. 뉴스1

지역 비하 논란도 있었다. 김보희 부총학생회장은 당선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6일 선거운동본부 단체 채팅방에 시그널 득표율이 우세했던 농생대를 대구에, 열세했던 연건캠퍼스(의대)는 호남에 빗댄 이미지를 공유했다. 학생 사회에선 “단과대학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지역 비하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몰랐고, 투표율로 오인해서 공유했다”고 해명했지만, “내가 오늘 대구 다녀와서”라고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거짓 해명’ 의혹을 받았다.

앞서 선거 당시 시그널은 8398표 중 5445표(64.84%)를 얻어 경쟁 후보(33.51%)에 두 배 가까이 앞섰다. 투표율 미달과 후보자 미등록으로 앞선 선거가 무산되면서 2022년 이후 2년 만에 치른 선거였다. 시그널의 경선 상대는 의학과 19학번 이강준 후보였다. 당시 정부와 의정 갈등 여파로 8개월 넘게 휴학해온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 후보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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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한 포스터.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김 총학생회장은 “탄핵 촉구안은 학생들이 대표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한다”며 “기회를 주시면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 학생회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보희 부총학생회장은 “모든 학우를 동등하게 포용하지 못하고 갈등을 조장한 것 같아 죄송하다. 시그널을 향한 비판에 직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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